의병장 춘길
뭔가 들리는 소리에 백호는 석재에게 바위 뒤로 가서 몸을 숨기라고 하고서 수레로 조용히 다가가서 수레바퀴 안쪽에 헝겊으로 숨겨놓았던 장총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화살이 날아와서 수레바퀴에 꽂힌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다른 방향에서 화살이 날아와서 옆에 나무를 맞춘 것이다.
백호는 적의 위치를 확인 후, 총을 조준하여 세 시방향으로 격발 했다. 하지만 백호와 석재의 위치가 자세히 확인되면서 대략 여섯 명의 무리가 백호가 있는 곳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 순간 백호는 더 이상 자신의 무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적에게 포위를 당하게 되었다.
무리 중 한 명이 백호에게 말했다. "손들어!, 그리고 무릎 꿇어라!", 그리고 나머지 다 섯명에게도 말했다. "너희들은 화살을 쏘지 말고 멈춰라!". 그렇게 말하는 자가 바로 무리의 우두머리인 듯했다.
백호는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유는 우리말로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호가 대답했다. "그대들은 누구시오?, 나도 조선 사람이오.", 우두머리는 다시 말했다. "그러는 너는 도대체 누구냐? 이 야심한 밤에 수레에 실어서 무엇을 나르고 있는 것이었느냐?",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바로 너는 죽어서 호랑이 먹이가 될 것이다."
백호가 무릎을 꿇고 있는 동안 석재는 그대로 바위 돌 뒤에 웅크려서 숨어 있었다. 석재는 속으로 자신도 이러다가 들켜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는 저려왔고 버티기 힘들 지경이었다.
백호는 대답했다. "알겠소. 저는 상인이오. 급히 물건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 말 수레를 타고 이동하던 짬이오", 우두머리는 말했다. "상인? 글쎄. 내가 볼 때는 상인 같지 않은데, 어찌 그대가 총을 갖고 있지?"
백호는 자신의 정체가 들킬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다시 총을 갖고 있는 이유를 말할 시간이 필요했다.
우두머리는 계속 말했다. "내가 물어보면 계속 답변을 회피하는 것으로 봐서는 숨기는 것이 있는 것 같은데, "
백호는 이러다가 수레까지 전부 강탈을 당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다고 계속 현재의 특수임무를 털어놓을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이전에 했던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백호는 대답했다. "좋소. 나는 대한제국의 선왕을 모시던 호위부대 제2중대 백호(윤민호)입니다."
갑자기 우두머리와 일행들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우두머리가 말을 했다. "뭐? 호위부대? 대한제국 선왕?", "이 놈이 어디서 거짓말을 하느냐?", "네가 호위부대에 군인이라면 증거를 보여주거라!"
그 순간 갑자기 석재가 저려오던 다리를 참다못해서 바닥에 앉으면서 비명을 지른 것이다. "아!. 아이고 다리야. 아이고 다리야...", 그 순간 우두머리와 일행들이 죄다 바위 뒤로 활을 겨누려고 했다.
그 순간 백호는 총을 들고 우두머리의 뒷 목을 겨냥하고 말했다. "자, 손들어라!. 너희 우두머리의 머리가 내 총알로 날아가는 수가 있다.", "이 장총에서 격발 된 총알은 회전을 하고 머리 뒤로 들어가서 앞의 얼굴을 모두 산산조각을 내게 될 것이다."
우두머리는 갑자기 겁에 질렸고 소리 질렀다. "잘못했소. 목숨만 살려주시오. 나는 횡성 의병장 춘길이오"
백호는 말했다. "당신이 의병장인 것을 어떻게 믿지요? 내가 대한제국 군인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는데, 나 역시 무엇을 보고 당신이 횡성 의병장이라는 것을 알겠지요?"
백호는 자신이 당한 것과 똑같이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백호는 석재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기 있는 사람은 무고한 상인이니, 당신의 부하들에게 활을 치우라고 말하시지요", "그리고 내게 당신의 호패를 보여주시오. 그것이 확인되면 내가 살려주지요"
춘길이라는 자가 자신의 호패를 꺼내서 석재에게 던졌다. 그리고 석재가 호패에 춘길이라고 적혀있다고 백호에게 말했다. 춘길은 다시 대답했다. "사람 말을 그렇게 믿지 못하면서 어떻게 살겠소?"
백호는 잠시 뒤에 총을 거두었다. 그리고 춘길은 다시 말했다. "고맙소.", "자네들, 모두 활을 내려놓으시게나"
그렇게 긴장감이 돌던 횡성에서의 낯선 이들과의 첫 만남은 시작된 것이었다.
백호가 말했다. "의병장이라고 했지요?, 실은 저도 경기도 지역으로 내려가던 의병입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이동하던 이 분은 석재라고 합니다." 석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춘길이도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작년에 충청도에서 의병 봉기가 일어난 이후 일본인들과 싸움을 했고, 저의 부대 인원들 일부는 전라도로 내려갔습니다. 저와 지금 다섯 명의 인원은 북쪽으로 올러가면서 의병들을 만나면 그들과 합세하여 세력을 키우려고 했었고요."
그렇다. 의병들의 봉기가 전국적으로 일어났으나, 일본군의 집중적인 공격과 토벌 작전에 의병들의 대부분이 각 지역으로 흩어지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석재가 말했다. "춘길 의병장님. 저희가 경기 남부지역으로 가는 동안에도 의병이나 일본군을 만날 수도 있겠군요.", 춘길이 옆에 있었던 남수가 말했다. "네, 맞습니다. 지금은 지난달에 비해서 상황이 안 좋게 되고 있습니다.", "남한 대토벌 작전이라 하여 의병들을 소탕하기 위해서 무수히 많은 일본군을 풀어놓은 상황입니다."
백호가 말했다. "만약, 경기 남부지역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더라도 동일한 상황인지요?" 춘길이 백호에게 대답했다. "현재로서는 어느 하나 순탄한 곳이 없는 상황입니다.", "일본군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상인 모습으로 말을 타고 수레를 끌고 다니다가는 아마도 붙잡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춘길이 뒤에 서 있던 부하 상수가 말했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만약 위장을 해서 간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백호가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지요?"
상수가 대답했다. "백호, 석재 씨 두 분 중 일본어가 되시는 분이 있으신지요?", 백호가 말했다. "제가 선왕 호위부대 시절에 일본어를 공부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인들과 어느 정도 대화가 됩니다."
상수가 말했다. "그렇군요. 저도 일본어를 할 수 있습니다. 저의 부모님 중 한 분이 일본에서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집에서 일본어를 사용하면서 한국어와 일본어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저희가 갖고 있는 짐에는 혹시나 해서 지난주 저희가 죽인 일본군의 옷 몇 벌이 있습니다."
춘길이가 말했다. "그럼, 상수와 백호 씨가 일본 군인으로 옷을 갈아입고 한명이 말 한필을 타고 가도록 하여, 수레를 말 한필로 끌고 가게 하면 어떨까 합니다. 저희 부하들 중 한 명과 석재 씨가 인질로 잡혀가는 것으로 하고 저와 다른 부하들이 수레에 숨어서 이동해야겠군요."
백호가 대답했다. "그렇게 하게 되면, 지금의 인원이 너무 많습니다. 포송줄은 두 명을 묶어서 수레에 시체처럼 올려놓고 동물의 피를 묻히게 하여서 실어서 이동하고, 저와 상수 씨가 일본 군인처럼 말을 타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네 명은 저희들을 지원해 주십시오. 저의 장총이 수레에 하나가 더 있어서 그 것을 활과 함께 사용하시면 적과의 싸움에서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비록 걸어가면서 따라오시기에는 힘들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까지는 수레를 같이 타고 이동하시다가 산악 지점에서 내려서 지원해 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옷을 갈아입은 백호와 상수는 남들이 볼 때 일본제국 군인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활을 사용하여 사슴을 잡은 남수는 사슴의 피를 석재와 자신의 몸에 뿌렸다.
춘길이는 남은 부하들과 수레에 올라탔다.
그렇게 백호는 말 한필에 올라타고, 상수는 수레와 연결된 말에 올라탔다. 이렇게 모두 여덟 명의 인원이 경기 이남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연재소설 '악보 제작소(10화)'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