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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지에 그려진 사랑(14화)

비엔나 빵집 '모데라토'

by MRYOUN 미스터윤

지혜는 바이올린 연주 공연 관람을 마치고 저녁에 학교에 돌아가서 피아노 연습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아무래도 오늘 공현수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회가 새롭게 도전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 언젠가 많은 관객 앞에서 멋진 연주를 펼치게 될 자신의 모습이 상상이 되었고 한 시간이라도 시간 날 때마다 연습에 몰입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도착한 지혜는 비워있는 연습실에 들어갔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교본을 올려놓은 지혜는 베토벤의 ’ 열정‘을 처음은 악보를 보고 전체 연습을 진행하고 악장마다의 암보 확인을 위한 연습을 시작하였다.

이제는 제법 음표와 악상기호가 기억이 되었고 2악장까지는 무난히 외워서 연주가 가능한 상황까지 되었다. 그러나 3악장에서 한 옥타브 변경에 따른 손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여 멈췄고, 다시 악보를 펴서 3악장을 계속 반복해서 연습하고 있었다.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학교 밖으로 나왔다.


지혜는 전철로 이동하면서 역에 내렸고, 이미 문이 닫힌 빵집을 보게 되었다. 빵가게를 보고 있는 동안 아련하게 생각에 젖으면서 지나간 시간이 떠오르게 되었다.


지혜의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유학을 오면서 기억에 남아있던 것은 벨베데레 궁전 여행이었고 좋아했던 것은 갓 구워낸 빵이었다. 그래서 지혜가 세 들어 살고 있는 집은 벨베데레 궁전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였고 바쁜 유학생활을 위해서 즐겨 먹게 된 음식이 빵과 과일이었다. 비엔나에는 유명한 빵집이 많았다.


빵을 만드는 장인이 한 장소에서 30년 이상을 정착하면서 자신의 아이가 배우고 또 그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가업으로 물려받고 대대로 물려주는 매장이 비엔나에는 여러 지역에 있다.


피아노 전공 유학생으로 독일에서 오스트리아로 옮겨온 6월 어느 날 비엔나의 큰 축제인 ’ 도나우인젤페스트‘에 구경을 가본 적이 있었다. 그 행사에 온 많은 시민들은 다양한 실험 음악과 퓨전 음식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롭게 장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행사 기간 동안 홍보도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정말 좋은 기회인 것이다.


행사에 방문했던 지혜는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 찾아다니다가 ’ 모데라토‘라는 이름의 빵가게에 들르게 되었다. 음악인들에게 ’ 모데라토(Moderato)’, ‘보통 빠르기’라는 뜻이기 때문에 지혜에게는 무엇보다 인상이 남았었던 것이다. 특히 빵이 여느 다른 곳에서 접했던 것과 다르게 부드럽고 맛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이곳과 인연이 되었고 역 근처에 새롭게 매장이 오픈되면서 지혜는 ‘모데라토’에서만 빵을 구입해서 먹게 되었다.

2년 전 공현수 바이올리니스트를 처음 만나게 되었던 장소도 바로 ‘모데라토’가 보이는 역전 주변이었고, 그날 여기 빵집에서 커피와 빵을 사달라는 부탁을 하고 사라진 것이었다.


내일 오후 3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던 둘의 재회 장소 역시 ‘모데라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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