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와 베토벤
지혜는 다시 집을 향해 걸어가게 되었다. 오늘 하루도 즐겁고 보람 있게 보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집에 들어와서 샤워하고 나서 머리를 말리면서 거실로 나와보니 창가에 놓아둔 몬스테라 화분도 오늘 행복하게 잘 보냈는지 어제보다 잘 자란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간밤에 비가 내렸는지, 집 앞에 세워뒀던 자전거 의자 위에는 물기가 마르지 않은 채로 묻어져 있었다.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간 지혜는 수건을 갖고 나와서 물기를 닦아 내기 시작하였다.
어느 정도 깨끗하게 닦아낸 후,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이동하였다.
오전 수업을 위해 강의실에 들려서 두 시간 정도 진행된 고전 음악사 이론 수업이 마치자마자 다시 학과 사무실로 들렸다. 피아노 연습실 예약을 위해서였다.
지혜는 사무실에 들러서 피아노 연습을 위한 예약을 확인한 뒤에 3층 연습실로 걸어갔다.
공용 연습실 안에는 지혜의 친구인 Sujan이 곧 있을 예정인 단독 연주회를 위해서 모차르트의 곡인 ‘Mozart Piano Sonata No.3K.281’을 연습하고 있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연주회이다 보니, 15분가량의 곡을 모두 암보로 소화해 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혜는 Sujan이 누구보다 친한 친구이지만 배울 점이 많은 동료 연주자인 것이다. 지혜와는 달리 다섯 살 나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중학교 때에 이미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였던 천재적인 피아니스트이다.
만약 곧 있을 연주회가 아니었으면 Silvia교수님이 지혜보다 Sujan에게 프라하 공연 연주자 추천을 해 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친 자매 이상으로 유학생활을 같이 지내온 둘은 음악적인 경쟁에 대해서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아니할 수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지혜는 Sujan은 타고난 피아노 영재로 생각하며 지내온 탓일지도 모른다. 지혜는 “모차르트가 여자로 다시 태어났으면 그것은 Sujan일 거야”라고 Sujan을 볼 때마다 놀렸을 정도로 “그녀의 모차르트 사랑은 엄청나다”는 것이다.
Sujan의 연습이 끝났다. 지혜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박수를 치면서 ‘앙코르~ ’하는 것이다.
지혜의 농담스러운 응원의 말이 더욱 힘이 되었고, Sujan은 지혜를 꽉 안아주었다. 그리고는 “(독일어로) 지난번 화장품, 너무 잘 받더라...” 고 말하는 것이다. 지혜는 ‘생일 선물 때문에 안아 준 것이지?’, 그리고서는 Sujan에게 “내가 오늘 드디어 베토벤 ‘열정’ (Piano Sonata No. 23 in f minor Op. 57, 'Appassionata')을 암보로 도전할 거야. 담주 Silvia 교수님이 연주 상황을 확인하고 싶으시다고 하여서...”라고 Sujan에게 들어봐 달라는 것이었다.
천재성을 갖고 있는 모차르트에 빠져있는 Sujan에게 평가를 받는 것이었다.
지혜는 33페이지에 달하는 1악장부터 3악장까지의 베토벤 ‘열정’ 곡을 완벽하게 암보를 한 것이다.
Sujan은 지혜에게 “(독일어로) 정말 멋졌어, 언제 그렇게 연습을 한 거야?" , "난 내가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주고 나서 좀 후회를 했거든... 지난번에 Silvia 교수님이 프라하 연주회 추천을 하셨다고 내게 말해줬을 때, 얼마 안 남은 시간에 연습해야 할 시간에 오히려 그 시간을 빼앗은 것은 아닌지 싶었거든...”,
“암튼 오늘 연주 정말 좋았어, 다음 주 Silvia교수님이 좋다고 말해 주실 거야, 걱정하지 말고 지금처럼만 매일 한 번씩 학교에 와서 연습하면 될 것 같아...”
지혜는 Sujan의 격려와 응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고마웠다.
--> 연재소설 '제16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