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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지에 그려진 사랑(12화)

아트 디렉터

by MRYOUN 미스터윤

지혜는 어제 일찍 잠이 들었기 때문에 오늘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새벽 날씨는 아직 쌀쌀하기 때문에 옷을 따듯하게 입고 밖으로 나왔다. 동네를 한 바퀴 조깅하기 위해서였다.


집에 다시 돌아오니 아침 6시 30분 정도 되었고, 어제 마트에 들러서 사온 바나나를 하나 껍질을 벗겨서 먹은 후, 딸기 요구르트에 비스킷을 찍어서 아몬드와 같이 먹었다. 한국에서도 아침은 가볍게 먹는 편이었고 독일에서부터도 아침에는 과일과 빵, 혹은 비스킷을 먹는 정도로 시작했었다.


간밤에 혹시 전화를 걸어서 메시지를 남겨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화기 버튼을 눌러봤다. 한국에서 전화 온 것이 있었다.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딸에게 부모님이 한 달에 두세 번 전화를 하셨다. 그때마다 전화를 해드렸던 지혜는 한국시간을 확인하고 전화를 드렸다.


부모님은 전화를 받자마자 오랜만에 전화를 하게 된 지혜가 걱정되셨는지, 눈물을 흘리신다.


그리고 ”지혜야, 돈 걱정하지 말고 잘 챙겨서 먹어야 한다 “고 하시면서, 은행에서 돈을 찾을 수 있도록 송금을 하시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지혜는 부모님에게 ”지금 경제적인 형편도 안 좋으신데, 뭘 또 보내셨어요, 하면서 제가 열심히 공부하여 보답해 드리겠다 “고 말씀을 드리면서 전화를 끊게 되었다.


지혜가 참던 눈물을 흘리면서 지난 2년 간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부모님이 얼마나 자신을 걱정하고 사랑하는지를 잘 알고 있기에 최대한 절약하면서 살고 있었다.


오늘은 그동안 여러 가지로 지혜의 유학생활을 도와주고 있었던 Sujan의 생일이다.


지혜는 작년에도 Sujan의 생일에 함께 있어 줬고, Sujan 역시 지혜의 생일에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갔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계속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Sujan의 집은 지혜가 있는 집 근처의 전철에서 다섯 정거장에 떨어져 있었다. 올해는 어떤 선물을 사줘야 할지 고민하다가 Sujan의 집으로 가는 중간 전철역에 백화점이 있었기 때문에 그곳으로 가기로 하였다.


지혜는 전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비엔나 중앙역에서 내렸다. 1년에 한두 번 정도 방문하게 된다, 그중 한 번이 Sujan의 생일 선물을 위해서이다. 지난번 집에 들렀을 때, 화장품이 거의 다 쓴 것 같았기 때문에 같은 브랜드의 화장품을 선물로 전해줄 생각이었다.


화장품 코너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식료품 가게를 지나고 전자제품 코너를 지나게 된다. 백화점에 자주 들리지 않기 때문에 지혜한테는 전시된 물건들이 모두 신기할 뿐이었다.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걸어가는데 갑자기 Jinna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냥 이름이 같은 다른 사람을 부르는 것이겠지,... 하고 가던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바로 옆에서 자신의 이름을 한 번 더 부르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한국어로 ”지혜 씨,... “라고 부른다. 옆을 쳐다보니, 다름이 아닌 지훈(Jason)이었다. 카페 아르바이트로 같이 저녁에 식사도 하면서 이미 인사를 나눴던 사이이므로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지혜는 반가운 목소리로 얘기했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나요? 이곳에서 만나게 되네요... “


지훈 역시 백화점에서 볼 줄은 몰랐던 것처럼 반갑게 대답한다. ”네,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제가 이곳 광고 디스플레이 요청을 받아서 점검을 하기 위하여 지원 나왔습니다. 그런데 지혜 씨는 백화점에는 혹시 어떤 일로 오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


지혜는 대답했다 ”오늘이 제 친구 생일이라서 선물을 사주려고 잠시 들렸어요”, 그리고 지훈이 시간 괜찮은지 물어보았다 “그랬었군요,... 저는 한 15분 정도면 여기 마무리가 될 듯한데, 혹시 이따가 시간 되시면 차 한잔 하시겠어요?”, 지혜는 이곳에서 본 것도 신기하고 어떤 일을 하는지도 궁금해서 차 한잔 하기로 하였다. “네 그렇게 해요”, 지훈은 지혜에게 “네, 그러면 아래층에 ‘메이플’이라는 카페가 있어요, 거기에서 20분 후에 보기로 하시죠.”


지혜는 지훈과의 약속을 정하고 화장품 코너로 들렸다. 같은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고 약속했던 카페 ‘메이플’로 내려갔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 보니 창가 측으로 이미 지훈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혜 씨, 여기에요” 지훈은 손을 들어서 다시 인사를 하는 것이다.


지훈은 지혜에게 물어본다 “커피는 어떻게 부탁을 할까요? 아니면 차를 시킬까요?”


지혜는 평소 커피보다 차를 좋아하기 때문에 케모마일을, 지훈은 에스프레소로 주문했다.

주문한 커피와 차가 나와서 테이블로 이동해서 얘기를 이어갔다.


지혜는 지훈에게 “여기서 하시는 직업은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지훈은 지혜한테 “저희들은 ‘아트 디렉터‘라고 부릅니다. 요청하는 고객들이 요구하는 사항들을 잘 정리하여 광고, 홍보가 되도록 하고 이를 관리 감독까지 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라고 설명하면서, 황제국 사장에게 본인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것도 이러한 아트 디렉터 관련 일이라고 말해 주었다.


지훈이 하는 일인 ’ 아트 디렉터‘는 산업 전반에 매우 다양한 곳에서 일을 하게 되며, 광고를 통한 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도 제공한다.


30분 정도 얘기를 나누고 Sujan과 점심 약속이 있어서 지훈과 헤어지고 다시 백화점을 나왔다. 그리고 지훈은 황제국 사장의 카페에 들러야 하기 때문에 내일 오후에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지혜에게 얘기하고 다시 일하던 장소로 걸어갔다.


전철역으로 온 지혜는 세 정거장 타고 간 후, Sujan이 사는 동네에 도착했다. Sujan집 앞에 도착하여 초인종을 누르니, Sujan이 나와서 문을 열어주었다. “안녕, Sujan~ 생일 축하해” 하고 지혜는 백화점에서 구입한 화장품을 Sujan에게 전해준다. Sujan은 생일 선물을 받은 것도 좋았지만, 마침 화장품이 다 쓴 상황이라 친구에게 받은 화장품이 너무 좋았던 것이다.


“지혜, 고마워, 그냥 와도 되는데,... 아무튼 잘 쓸게. 집 안으로 들어온 지혜와 Sujan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면서 1시간 반 정도를 함께 보내게 되었다.


오후 3시에 공현수의 바이올린 공연이 있기 때문에 늦지 않기 위해서 Sujan에게 인사하고 다시 전철을 타기 위해서 역까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 연재소설 '제13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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