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샌프란시스코
그렇게 이륙한 지 열한 시간 정도가 되었을 때 방송이 나왔다.
"레이디스 앤 젠틀맨, 캡틴 스피킹,... 블라블라. 우리 비행기는 약 20분 뒤에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이곳 현지 시각은 블라블라이며, 섭씨온도는 블라블라입니다."
영희가 말했다.
"아빠, 엄마... 이제 곧 착륙을 한다네요."
"아이고 여보,... 이제 도착한다는군요."
"그래? 아... 잘 잤다."
"너희 아빠는 기내에서 주는 땅콩과 맥주를 그렇게 자주 시키시니? 그거 나중에 다 돈내야 하는 거 아니냐?"
"엄마, 그것은 기내 서비스로 주는 거예요, 저희 항공료에 포함되어 있다고 편하게 생각하세요"
김부동이 말했다.
"아, 정말? 그러면 더 시킬걸..."
"여하튼 유별나요... 참..."
엄마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아니, 그렇게 맥주를 먹으니, 코를 골지... 옆 사람들 당신 코 고는 소리에 중독되었을 거예요"
"또 잔소리... 내가 언제 코를 골았다고..."
영숙이가 말했다. "아빠, 올해가 무슨 해라고 했죠?"
김부동은 말했다. "결혼 40주년..."
지나가던 여 승무원이 갑자기 김부동 앞에서 인사하며 말했다. "결혼 40주년 축하드려요... 그런데 곧 착륙을 해야 하니까, 의자를 똑바로 해 주시고요, 안전벨트를 제대로 착용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잠시 후, 비행기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을 했고 김부동의 가족들은 무사히 비행기에서 내렸다.
영희가 말했다.
"자, 엄마. 아빠 여기서부터는 다시 입국심사를 해야 하는데 여권 잘 챙기셔서 외국인 전용 게이트에 줄을 서셔야 해요. 영숙아, 아빠 여권 좀 잘 챙겨드리고, 너는 아빠, 엄마와 같이 줄을 서서 도와드려라"
"언니, 걱정 마"
김부동이 입국절차를 위해서 처음으로 미국인과 대화를 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영어로) 미국에 온 목적이 무엇 때문인가요?"
"(영어로) 여행이요"
"(영어로) 미국에서는 어디에 머물 예정인가요?"
"(영어로) 여행이요"
"(영어로) 며칠간 머물 예정인가요?"
"(영어로) 여행이요"
미국인 심사관이 놀라운 표정으로 김부동을 쳐다보고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고 가라는 제스처를 보여줬다.
5분 전에 줄을 서서 대기하는 동안 영숙이가 아빠와 엄마한테 말했던 것은 미국인이 영어로 말하면 무조건
"I'm a Tourist (아이앰 어 투어리스트)"라고 말하도록 한 것이다.
김부동은 영어를 사용해 본 지가 벌써 40년이 넘었기 때문에 단어도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그냥 영숙이가 시킨 대로 말한 것뿐이다.
영숙이 앞에서 아빠 김부동, 엄마 최금란이 모두 통과한 것을 보고서 자신도 입국심사대에서 같은 일행이며, 미국 관광으로 일주일 동안 머물 예정임을 말했다. 그렇게 김부동의 가족 모두는 안전하게 통과하고 드디어 미국 샌프란시스코 땅을 밟은 것이다.
김부동이 공항 로비에서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안녕! 샌프란시스코..."
최금란이 말했다. "당신도 비행기가 처음이고 미국도 처음이었군요... 나에게는 어릴 때 미국에 가봤다, 어쨌다고 했는데... 다 뻥이었군..."
김부동이 대답했다. "내가 미국에 와봤다고 했다고? 사는 게 바쁜데 나 혼자 어떻게 미국에 왔겠소. 당신을 한국에 두고... 이렇게 같이 여행을 와야지... 하하"
최금란이 말했다. "어랍쇼? 어련하시겠습니까? 애들이 결혼 40주년 축하해 준다고 연락을 해왔으니, 가능한 거였지... 아니면 내 평생 비행기 구경이나 했겠어요?"
김부동인 말했다. "이제 잔소리 더 하면 3절, 아니 4절이니까, 그만..."
영숙이가 걸어왔다. "엄마, 아빠... 여기 사위가 왔어요..."
영숙의 남편이 마중을 나왔다. "장인어른, 장모님. 그동안 잘 계셨어요?"
영희의 남편도 인사를 했다. "자네 잘 지냈어?"
영숙의 남편이 말했다. "네, 형님 잘 계셨죠?"
김부동이 말했다. "이렇게 모두가 모인 것이 오랜만이군, 고맙네... 사위들이 이렇게 모두 나와줘서"
그렇게 모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였고, 영숙이 남편이 몰고 온 10인승 차에 탑승하기로 했다.
영숙이가 말했다. "지금 여기 시간이 오후 3시입니다. 저녁 드시기에 시간이 좀 남아있기는 한데,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들려서 뭐 좀 드시면 어떨까 해요. 그 근처에 구경할 곳도 많고요"
그리고...
연재소설 '운수가 터져버린 날(11화)'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