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터져버린 날(15화)

미국 초콜렛

by MRYOUN 미스터윤

잠바 주머니에서 잡힌 것을 꺼내보니 음식점에서 챙겨 온 사탕, 그리고 기내에서 받은 땅콩. 동전들이었다.

그리고 안쪽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1달러 지폐 세장, 그리고 영수증 두장, 복권 종이 한 장이었다.


김부동은 영수증과 지폐는 지갑에 넣었다. 그리고 복권에 적힌 숫자들을 보다가 마찬가지로 지갑에 넣었다. 동전은 저금통에 넣고 땅콩, 사탕은 책상 위에 던져 놓았다.


"아휴, 졸리다... 왜 이렇게 졸리지?"


"여보, 내가 잠시 뒷 뜰에 갔다 올 테니, 빨아야 할 옷들은 문 앞에 놓으세요"


"그래, 알았어... 그럼 난 좀 씻을게..."


그렇게 최금란은 뒤뜰에서 키우던 상추와 고추, 깻잎을 따러갔다.

김부동은 욕실에 가서 씻고 있었고, 최금란은 빨랫감을 챙겨서 세탁기가 있는 부엌 옆으로 갔다.


"아니, 며칠 갔다 왔다고 빨래가 이렇게 많아..."


벌써 오후 5시가 되었다.


최금란이가 집에 왔다는 것을 알았는지, 앞집에 사는 경수 엄마가 찾아왔다.


"자기, 미국 잘 갔다 왔어? 며칠 없어서 내가 심심했거든..."

"아이고 어랍쇼... 이 여편네가 언제 나하고 친했다고 심심해... "


"어머어머... 나 지금 섭섭해질라고 하는데..."

"옛다. 이거 선물이야..."


"이게 뭐야?"

"뭐긴 뭐야... 미국 초콜릿이라는 거지... 경수하고 같이 먹어..."


"초콜릿? 야... 이게 그 코쟁이들이 좋아하는 초콜릿이란 말이지?"

"코쟁이? 내가 직접 가봤는데, 코를 빨래집게로 집어서 자랐는지, 왜 그리 오뚝하고 콧날이 날카로워..."


"아마도 초콜릿 많이 먹어서 그런가 봐..."

"초콜릿 많이 먹으면 이 상하지..."


"그건 그래... 그나저나 김 선생님은 어디?"

"이 여편네가 남의 남편 궁금해하고 그래?"


"내가? 우리 남편이 김부동 씨 궁금해해서 그랴..."

"뭐가 궁금한데..."


경수 아빠는 김부동의 오랜 친구이다. 경수 엄마가 아파서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 수술비도 보태줬었다.

김부동은 경수에게는 둘도 없는 형 같은 존재이다.


김부동이 씻고 옷을 입고 거실로 나왔다.


"아이고, 이게 누구셔? 경수 엄마 아닌가?"

"안녕하세요. 김 선생님..."


"아니, 그런데 내가 왜 선생이요?"

"저는 아직도 남편이 그때 수술했던 때를 잊지 못한다고 하면서 항상 선생님으로 부르라고 했어요"


"아직도 그걸 잊지 않고 있구먼..."

"그럼요, 수술이 정말 급했던 상황이었는데... 다시 한번 감사해요"


"아이고... 이 여편네가 감사하다고 하는 사람도 다 있네..."


그렇게 얘기를 나누고 있던 중에 김부동이 말했다.


"아, 그나저나 경수 아빠 요즘 뭐 하시나?"

"네, 요즘 도배일 도와주러 다녀요. 옆 동네에 빌라인가 하는 게 들어왔는데, 도배가 너무 엉망이라서 요새 연락이 제법 들어온다고 중학교 때 친한 동생과 같이 돈 벌러 다니고 있어요"


"아이고, 그래도 쉬흔 중반 나이에 도배 일이라도 다닌다고 하니까, 좋아 보이네..."

"네, 경수가 이제 중학생이라 학원비도 내야 하고 여러 가지 돈 들어갈 때가 많아요"


"암튼 건강 잘 챙기면서 일하라고 전해줘요"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경수 엄마는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식사를 하고 난 뒤, 김부동은 잠시 마을 회관으로 갔다.


"안녕들 하십니까?"

"아이고 이게 누구셔? 아메리카 김 아니요?"


"아메리카 김? 아... 미국 하하"

"아니 몰라보게 신수가 훤해지셨어..."


김부동을 보자마자 인사를 건넨 것은 마을회장이다.


"회장님은 잘 지내셨나요?"

"나야 잘 지냈지..."


"그나저나 지난번 와이프 때문에 힘들지 않았어?"

"말도 마세요... 집 철거 동의서 작성을 자기에게 말도 안 했다고... 원 난리였는지..."


"아, 그렇지 않아도 얘기를 해줄 게 있는데..."

"뭔대요?..."


"당신이 미국 여행 간 다음날 시청 공무원들과 아파트 업자들이 여기 다녀갔는데,..."

"자재 값이 계속 오르는 중이라서 아파트 공사 일정을 좀 더 당겨서 했으면 한다는군..."


"그래서요?"

"두 달 안으로 이 동네 집을 모두 비워주고 철거 시작했으면 한다는데..."


"어디로 이사를 가야 할까요?"

"아, 그래서 공무원과 같이 온 아파트 업자들이 무이자로 지낼 수 있는 거쳐를 마련해 주겠다고 하는데..."


"정말요? 그러면 저희가 받는 돈은 언제 받고요?"

"지난번 동의서에 작성한 그 금액대로 석 달 후에 입금해 준다고 하고..."


"집은 두 달 후에 비워주는데, 돈은 석 달 뒤에 입금한다고요?"

"뭔가 이상한데요?"


"뭐, 나도 좀 걱정은 되는 것이 업자들이 거처를 마련해 준다고는 하지만, 직접 우리가 들어가 지낼 곳을 보기 전에는 못 믿겠더라고... 그래서 작은 곳이라도 이사 갈 곳을 알아보는 게 어떨지 싶어..."


"저는 돈을 먼저 받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해요., 암튼 일단 저희 집도 두 달 기간에 비워줘야 한다는 것인데... 당장 돈도 없고, 정말... 큰일이네요..."


김부동은 걱정 어린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연재소설 '운수 터져버린 날(제16화)'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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