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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Feb 08. 2023

문제는 상대적

문제 해결 방식

흔히 사람들은 문제를 인식하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없다고 느낀다. 아무리 불편한 관습이 있어도 적응을 했고 바꾸는데 에너지가 쓰이기 때문에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많은 자기 계발서에서는 이런 불편한 관습, 즉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과연 그게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이 될까?

가이반다의 Fulhari와 Uria라는 동네를 왔다. 이곳에서는 Socio Economic Empowerment with Dignity and Sustainability(SEEDS)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지역 커뮤니티 조직을 통해 자립할 환경을 형성해 주고, 주민들이 삶에 필요한 기술과 교육을 받게 해주는 프로젝트이다. 최종 목표는 커뮤니티가 문제를 자립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게끔 해주는 것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골목골목 달려 동네의 작은 초등학교에 방문했다. 그냥 일반 초등학교와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구성이 좀 달랐다. 전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아이들은 GUK의 지원을 통해 다시 학교를 다닐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3분의 1 정도가 나머지 학생들보다 1살 정도 나이가 많았다. 이 아이들이 원래 학년과 비슷한 학습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방과 후 수업이 운영된다고 한다.

학교 옆에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이 마을 앞의 큰 강은 메말라 있었다. 수평선이 보일 정도로 넓은 강에는 물이 없었다. 그에 비해 집들 앞에 있던 밭들은 매우 소박해 보였다. 여기서 봤던 일반적인 밭들과 비교하면 취미생활 정도의 크기였다. 이 작은 동네는 river island의 출신들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매년 계속된 홍수를 버티지 못하고 원래의 터전을 버리고 이곳에 거주하게 된 것이다.


원래의 터전을 버리고 왔기에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들이 현재 살고 있는 땅은 이들 것이 아니었다. 밭들이 소박했던 이유는 더 농사를 지을 만한 이들 소유의 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술이 없어 제대로 된 직업도 얻지 못한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이들은 농업에 필요한 기술과 가축을 기를 법을 배우고 가축을 지원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시스템이 필요했다.


이들은 육지로 왔음에도 매년 홍수로 피해를 받고 있었다. 이때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물에서도 잘 자라는 박을 키운다고 하였다. 흥부가 겨울을 나기 위해 먹었던 박이었다. 슬픈 사연의 박이다. 하지만 이들은 행복해 보였다. 여러 집 중 한 집을 방문했을 때, 집주인 얼굴 속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신기했다. 나였으면 행복하지 못했을 텐데… 작년 갑작스러운 비로 인해 강남이 잠기고 동작역이 잠겼을 때, 잠깐이었지만 난 매우 불편했다. 매년 여름에 똑같은 큰 홍수를 겪는다는 것은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들은 이런 상황이 익숙해서 그런 것일까? 이들은 우리의 방문이 그저 재미있어 보였다. 오히려 ‘내가 그 문제를 크게 보고 있었던 것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로운 연못에 변화를 줄 돌이 된 느낌이었다.

이후 다른 커뮤니티를 방문했다. 이들 또한 비슷했다. 홍수를 피해 섬에서 육지로 온 것이다. GUK에서 이들을 한 곳에 모아 대가족 느낌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주었다. 이들은 직접 5년 계획을 세우고 매달 회의를 통해 과정을 점검하고 있었다. 작은 협동조합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 이들의 소득은 가구당 20 타카라고 했다. 240원 정도인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매일 우유를 팔아 50 타카로 증가했다고 했다. 큰 증가이기는 했다. 하지만 내 기준에는 부족해 보였다.


문제의 기준은 상대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10시간씩 일을 하고 월급이 100만 원이면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얼마나 일하는지 상관없이 월 소득이 100만 원이면 매우 많은 편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문제를 각자의 방식대로 해결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단지 자연재해인 홍수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에 홍수와 함께 살 수 있는 방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또한 문제였다.


과연 이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어떤 지원이 가능할까? 우리가 직원 분한테 이분들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봤을 때 우리에게 역으로 동기, 돈, 기술 중 어떤 것을 말하냐고 질문을 하셨다. 순간적으로 ''쪘다. 이렇게 자세히 생각해 본 적은 없기 때문이다. 이 질문과 함께 이들은 모든 것이 부족하다고 하셨다. 난 문제를 단순하게 파악하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머리에 있던 생각들이 한순간에 사라진 느낌이다.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그럼에도 단순하게 생각했던 문제 상황들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들의 사고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거창하고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는 필요하지 않다. 단순하고 작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로도 충분하다. 비록 옛 나에게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것이 아니지만 이들에게는 충분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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