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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Feb 09. 2023

사이, 사이

NGO의 역할이란

방글라데시를 오기 전, NGO나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꿈을 가졌다. 하지만 정작 일반 사기업과의 큰 차이를 알지 못했다. 단지 나 혼자, ‘모두가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라 정의를 내렸다. 사실 지금도 정의를 정확하게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전에 있던 정의를 지우고 새로운 단어들을 통해 나만의 정의를 내리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 추가한 것은 ‘사이’였다.



가이반다, 고빈도곤지라는 지역은 여타 다른 동네와 달랐다. 주변에 강이 없어 땅이 메말라 보였다. 초록색보다 갈색이 많은 곳이었다. 80년대 서부 영화에 카우보이들이 말을 타고 달릴 듯한 그런 풍경이었다. 길을 가다 보면 이슬람 국가에서 볼 수 없는 검은 돼지들이 보였다. 뿔만 없어서 그렇지 몸은 멧돼지였다. 정부의 허가를 통해 특별히 돼지를 키울 수 있는 지역이었다. 교회도 있었다. 이곳에 와서 기독교를 믿는 마을은 처음 봤다. 여러 면에서 이곳은 다른 마을과 다른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곳의 SEEDS(Socio Economic Empowerment with Dignity and Sustainability) 프로젝트는 많은 진전이 있었다. 특히 기술 교육 이후의 삶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먼저, 카펫을 제작하는 곳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 놨다. 이곳에서 15명의 여성들이 기술 교육 이후 정통 방식으로 카펫을 제작하고 있었다. 이들은 하루의 개인당 2개의 카펫들을 생산할 수 있었다. 카펫들은 200 타카에서 500 타카의 가격으로 판매된다. 현재 다른 도시의 상점에 납품을 하고 있으며 납품을 할 다른 곳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정통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제품마다 완성도가 달랐다. 끝맺음이 제대로 안 된 것도 있었으며 같은 제품인데 두께가 달랐다. 또한 15명이 운영하기에는 기계는 단 2대밖에 보이지 않았다. 조금의 지원만 더 있다면 이들은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듯해 보였다. 그럼에도 이들은 이를 통해 원래의 일인 농작물 배송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청년들이 일하는 정비소에도 방문을 했다. 이들은 작년에 6개월 간의 교육을 끝내고 정비소에 취직을 했다. 가이반다의 청년들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기술이 없어 취업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GUK는 교육을 통해 이들이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었다. 작은 정비소에서 땜질을 하기도 했으며 오토바이를 수리하기도 했다. 이들의 월급은 6000 타카에서 7000 타카였다. 오토바이를 많이 이용하는 국가다 보니 이 지역 다른 직업들에 비해 월급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또한 경력이 쌓임에 따라 지속적으로 월급이 오르고 있었다.


지역 커뮤니티에도 방문할 수 있었다. 커뮤니티 방문은 지역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번에 방문한 커뮤니티는 12 가구에서 15 가구 정도가 모여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커뮤니티 안에 아이들만 20명 넘게 보이는 듯했다. 이 커뮤니티는 프로젝트의 막바지로 향하고 있었다. 현재 이들은 정부가 인정한 커뮤니티가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는 상태였다. 신청서가 승인이 되면 더 이상 NGO의 개입이 필요가 없어진다. 이들이 직접 정부와의 소통을 통해 직접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성공적인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되는 셈이다.


이 커뮤니티는 여성들의 권위를 증진시키는 여러 활동들도 하고 있었다. 지역 내의 가정 폭력, 성폭력 등 여러 폭력의 피해자들을 위한 보호소 역할도 병행하고 있다. 또한 여성이 직접 상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관습적으로 재산은 남성이 소유하고 있었으며 여성은 집 밖에서 일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관습을 깨고 직접 상점을 소유 및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커뮤니티는 이미 많은 것을 이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나아가고 있었다.


15명의 여성, 청년들과 커뮤니티의 평균 소득은 전체적으로 방글라데시 최저 월급임 8000 타카에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들의 월급은 전체적으로 향상되고 있었다. SEEDS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들을 위한 기술 교육을 지원해 주고 취직에도 도움을 줬다. 가난한 가정들을 모아 커뮤니티를 형성해 직접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배양해 줬고 결과적으로 정부와의 직접적인 소통을 가능하게끔 해주었다. 


GUK라는 NGO는 업체(15명 여성)와 업체(납품 업체) 사이, 청년과 교육센터 사이, 커뮤니티와 정부 사이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었다. NGO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교육과 약간의 지원을 통해 주민들이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만나는 사람들마다 열정이 넘쳐났다. 그들의 노력으로 이루어 낸 것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으며 앞으로의 일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졌다. GUK는 지역 주민들이 더 나은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관계 속에서 뛰어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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