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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스트 조윤정 Mar 18. 2022

카페의 소리


1.

아이를 안고 가게 안을 어슬렁거리던 애기 아빠가, 생크림 치는 소리에 박자를 맞춘다.

“치키치키치키 치키"

갑자기 오픈 키친인 줄 착각을 한 나는 그 리듬에 부응하여 생크림을 마무리한다.

“치키 치키 치키”


팔동작을 멈추자, 심심해진 아가가 “뿌엥~”하고 소리를 낸다.

치키 뿌앵 치키치키 치키

귀여운 분위기가 순식간에 카페 안을 가득 채웠다.


2.

 “안녕하세요? 큐알체크를 하시거나, 아래에 있는 종이 위에 고객정보를 적어주세요.”

종이에 자신의 정보를 적다말고,

“어머, 송파구에서 여기까지 오셨네!!”


저만치 앉은 송파구 손님의 얼굴 붉어지는 소리,

2021년과 2022년에 이어진 소리.


3.

20대 대선이 끝나고 가게에서 만난 두분,

“아이고, 조만간, 우리 윤대통령님 당선 파티 해야죠.”


그리고 멀찍이 앉은 손님들의 대화,

 “우린 유신에도 살아남았고, 군사독재에서도 살아남았어요. 힘을 냅시다.”


4.

“나만 안해"

“나만 운동 안해.”

“샐러드 안먹고 밥 먹는 사람 나 밖에 없는 거 아님?”

“나 빼고는 전부 주식해.”


“김셈, 나도 주식하면 어떨까? 지금이 타이밍 같은데.”

“아… 셈은 그냥 적금 부으세요.”


이제 곧 들릴 목소리, “아, 나만 코로나 안걸렸어.”


5.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아, 저는 두달전에 아버지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어요.”

“저는 공황장애가….”


“우리, 커피나 한잔 할까요?”


6.

“시지 않은 커피는 뭔가요?”

“디카페인 커피는 없나요?”

“커피집에 왔으면 커피를 마셔야 하는데, 레몬차 주세요.”

“아이스아메리카노 차갑게 주세요.”


손님이 해준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났다.

그녀는 자궁절제 수술을 하고 병원에 전화했다.

“자궁쪽이 어쩐지 불편해요.”

“네? 자궁이 없으신데 자궁이 불편하시다고요?”

일리 있는 말인데, 왜 기분은 나쁜가.


마음이 아프다는 건,

여전히 따뜻한 마음이 남아 있다는 증거.


7.

“커피가 정말 맛있네요.”

“보고 싶었어요.”

“이 책 추천해요.”

“얼굴이 좋아보여요.”

“변함없이 이 자리에 계셔 주셔서 감사해요.”

“봄이 왔어요.”

내가 좋아하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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