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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트리 May 04. 2024

대기업 퇴사 이후의 삶

퇴사한 동료들을 만났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동료가 어느 날 내게 사내 메신저를 보냈다.

"나 퇴사하려구 ㅎㅎ 오늘 말할거야. 잘 지내 ! 안녕! "


동료는 1년전부터 라크라메 수공예에 푹 빠져있었다. 

취미로 만든 작품을 회사로 가져왔고, 그녀의 라크라메가 살짝 어설펐지만 손재주가 있다고 칭찬해주었다.  

점심을 함께 먹으며 그녀를 끊임없이 설득했다. 


"나가는걸 막는게 아니라니까요. 

1년만 회사와 병행하며 지켜보고 퇴사해도 되잖아요. 충분히 기간을 두고 준비하고 나가세요. 

수익까지 연결되는걸 지켜보고 나가도 되잖아요. "


퇴사를 언급하는 그녀는 이미 단단한 결심을 한 듯 했다. 

나는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고, 그녀는 퇴사 후 1년 정도가 지나자 나의 연락을 피했다.

밥 한 끼 하자는 나의 제안이 부담스러웠던것일까 , 나도 더 이상 만나자는 연락을 하지 않았고 ,  일머리가 있는 똑똑했던 나의 동료와 그렇게 연락이 끊기게 되었다.


그리고 대충 감이 왔다. 

회사 안에서는 일머리 있고 머리 좋은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준비없이 바깥 세상에 나간 직후 거친 풍파에 무진장 맞고 있음을 ..




30대가 되어 결혼한 친구들은 말한다.

친구A "취업 시장이 20대와는 전혀 달라. 나는 사립 유치원 교사라서 쉽게 취직이 가능했거든.

결혼하고 30대가 된 후부터 달라졌어. 면접을 봐도 연락이 안오더라.

나이가 많다고 안뽑아주고, 결혼했으니 임신 가능성이 있어서 못뽑겠다고 대놓고 말하더라고.

임신 계획이 없다고 아무리 말해도 과거에 뒤통수 맞은 사례가 많아서 못믿겠대.

지금 일자리도 겨우 구한거야. 결혼한 30대가 취직하는거 진짜 힘들어."


친구B "나도 결혼 후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 힘들어. 다들 젊은 20대를 뽑으려고 하더라구.

이게 현실이야"


그간 회사 일들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터라 퇴사를 고민중이라고 했더니, 친구들은 나를 뜯어말렸다.




과거 직장 동료는 나의 연락을 피하다가 다함께 만나자고 하는 자리에는 시간을 내주었다. 

다 함께 만나는 자리에는 나오고, 개인적인 만남을 거부하는 그녀에게 서운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본능이 보이기도 했다. 무리에서는 소외되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이.


우린 거의 4년만에 만났고, 함께한 자리에는 퇴사한 다른 동료도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내가 휴직한 이유, 회사안에서 좁아진 나의 입지에 대한 불안함, 퇴사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러자 그들은 퇴사 이후 겪었던 풍파들을 하나씩 꺼내놓았다.

- 다시 취업시장에 뛰어들어도 정규직으로 갈 수 없는 고통

-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언제든 해고 될 수 있다는 불안감

- 통장잔고가 줄어들며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한 순간 느꼈던 공포심

- 아이도 없는데 매달 남편에게 용돈을 달라고 했을 때의 눈치

- 24시간 내내 어떻게 돈을 벌어야할지 고민하는 삶


현직 프리랜서와 사업가의 일상을 들어보며 바깥세상이 쉽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리고 한 명의 동료는 자발적인 퇴사를 땅을 치고 후회했다고 한다. 


나의 회사생활도 쉽지 않았음을 공감해주면서도 퇴사를 고민하는 나를 계속해서 말리고 있다. 

직장인의 삶도, 준비없이 나간 퇴사 이후의 삶도, 퇴사이후 먹고사는 삶도 참 쉽지 않다는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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