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이야기
이 땅을 밟고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한 편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다.
그런 부다페스트가 서걱(!) 거리는 심정으로 다가오는 순간,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
이 도시가 익숙해질 때쯤, 나는 '나만의 의식'으로 스스로를 가장 낯선 곳으로 밀어 넣는다.
그 의식 같은 것이 무엇이냐, '안 타본 버스나 트램을 잡아 타고 종점까지 가보기, 모르는 역에 내리기, 안 가본 길로 걷기' 등과 같은 행위이다.
그러면 과거 이곳을 일상으로 대하기 시작할 때의 창밖에 펼쳐지는 광경에 감격하던 내 눈빛, 발 끝에 전해지던 전율 같은 그때의 설익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수면 위로 떠오른다.
스쳐 지나가는 공기에도 온갖 것들에 생소한 기분을 자아내는, 그 느낌을 퍽 즐겼었다. 이방인이라 불리는 내 존재가 이들 속에 일상으로 여겨질 수 있단 것이 감격이었던 매일이었음을 상기한다.
헝가리 사람들은 어떠한 표정으로 일상을 누리는지, 버스(트램)에서 이 나라 말로 흘러나오는 방송에 귀 기울이며 '저건 무엇을 뜻하는지, 이건 이렇게 발음하는 건가.. 예전엔 이게 일본어처럼 들렸었는데.. 이젠 어느덧 익숙해졌네'..... 지금의 나를 점검하고, 옛날의 나를 추억한다.
'익숙함과 낯섦' 사이에서 저울을 단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수평을 이루는 과거와 현재의 크기가 나를 정돈시켜준다.
'지금, 난 어디쯤 서 있는 것일까'
어제였다. 쨍한 햇볕 사이로 나는 나를, 그 어느 때보다 더 이방인스러운 모습으로 도심 곳곳으로 밀어 넣었다.
오랜만에 낯선 트램에 올라 '처음 닿아야만 하는' 장소로 향했다.
어찌 된 것이 알던 광경들도 5년 전의 부다페스트보다 더 생소하게 다가왔다. 가을이 온 탓이었나.
미션 성공이다!
낯익은 풍경조차 나를 사로잡는다는 건,
그러한 두근거림이 여전히 나를 움직이게 한다는 건,
분명,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