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가 듬뿍 든 닭죽
닭 요리 중 가장 즐기는 요리는 아무래도 닭백숙.
일단 만들기 쉽다.
물에다 닭 넣고 삶기만 하면 되니까.
거기다 닭 삶은 물에다 죽까지 만들어 먹으면 자연스럽게 다음 끼니까지 해결.
다만 죽의 경우는 갖가지 채소를 다져야 하는데 보통 번거로운 게 아니다.
그래서 내 경우 애초에 닭 삶을 때 채소를 넣는다.
그러면 채소가 푹 익어 메셔나 숟가락 등으로 쉽게 으깨지는데 이대로 불린 쌀 위 올려 죽 만들면 된다.
이 방법은 닭죽을 만들기 위해 따로 채소를 다질 필요가 없으니 편하고, 자투리 채소를 소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알차다.
어떤 채소를 넣으면 좋을지 너무 고민하지 않아도 좋다.
감자와 당근, 애호박 등 닭죽용으로 뻔한 채소 말고도 무나 양배추, 단호박이며 가지, 브로콜리 등 어지간한 채소는 다 잘 어울렸다.
또한 밥솥으로 죽해야 편하다.
익을 때까지 젓고 있을 필요가 없으니.
그저 불린 쌀에 세 배 정도 되는 양의 육수를 솥에 넣고 돌리면 죽의 질감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백숙에 죽까지 해 먹고도 육수가 남았을 때는 냉동실에다 얼려 둔다.
언젠가 또 해 먹을 만한 게 없을 때 이 육수가 있으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녹여서 또 죽 하거나 칼국수 해 먹는다.
카레나 수프를 만들 때에도 사용하는데 그러면 풍미가 진해져 전혀 다른 요리가 된다.
한 번씩 요리가 버거워지는 시기가 찾아올 때마다 닭 한 마리부터 삶게 된 이유다.
닭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