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치즈전
비 내릴 때 부침개 생각이 나는 이유가 전 지지는 소리와 빗소리가 유사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거라고 하던데.
그보다 비 오는 날에는 마음까지도 좀 질척거리지 않나.
그래서 쉬이 울적해지기도 하고 입맛도 좀 떨어지는데 그럴 때 가까운 사람과 부침개 깨작깨작 뜯어먹으며 막걸리 한 잔씩 나눠 마시면 아, 그만한 위안도 없던 거 같다.
그러나 나이 먹고 나니까 그렇게 기름기 많은 음식에 술을 더 해 먹은 날에는 도무지 잠을 잘 못 잤다.
속이 더부룩했고 온몸이 간지럽기까지 했다.
한 번은 위가 타는 듯하게 뜨거워져서 병원을 찾은 적이 있다.
위염이었다ㅏ.
만약 당시에 여느 때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긴 후 약 먹고 다 나았더라면 아마 나는 만성 위염에 시달리고 있었을테지.
그러나 운 좋게도 의사는 나에게 위 내시경을 해보라, 강하게 권했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내 위를 보게 되었다.
정확하게는 내 위 사진을.
위와 식도가 연결된 부분은 헐어 있었고 여기저기 희미한 반점이 많이 보였다.
의사는 위염에 걸렸다 나은 흔적이랬다.
내가 건강에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살아 온 동안 내 위는 참으로 부단히 회복하느라 애써왔구나, 싶어서 기분이 묘했다.
그때부터 음식을 가리기 시작했던 거 같다.
특히나 위에 안 좋은 음식들.
밀가루며 튀김 요리, 술 등.
전에다 막걸리 조합마저 안 먹은 지 오래.
비 내리는 날이면 무척 그리워지기는 하지만.
언젠가 요리 잘하는 지인에게 이 같은 얘기를 했더니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건강한 부침개를 만들어 먹으라 그러며 양배추 전을 소개해줬다.
사실 레시피랄 것도 없었다.
계란물에 채 썬 양배추 넣어 소금 간 한 후 부치면 된단다.
과연 맛이 어떨지.
속는 셈 부쳐 먹어 봤는데 오, 맛이 있었다.
계란은 부들부들한데 양배추는 아삭아삭, 두 재료의 조합이 기가 막혔다.
계란물만 있으면 부침개가 되다니.
거기다 밀가루 반죽보다 계란이 팬에 덜 달라붙어 기름도 줄일 수 있었다.
부침개가 간절해질 때는 물론, 아침 식사로도 제격이어서 참 자주 해 먹게 되었다.
한 장만 먹어도 속이 든든했고, 소화도 편했다.
그때부터 나는 자투리 채소라던지 해산물, 햄 따위가 애매하게 남았을 때마다 계란물에다 넣어 부쳐 먹었다.
어떤 재료를 넣을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재료는 거들뿐, 실은 소금 간 한 계란 지짐만으로 요리는 이미 완성된 거나 다름없으니.
부침개가 사실은 밀가루와 기름 맛이듯 말이다.
양배추치즈전
그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