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풍나물무침
봄 오면 나물이 생각나는 게 아니라 나물 생각이 날 때 비로소 봄이 온다.
그렇게 입맛이 먼저 봄 마중을 나가는 것이다.
이 계절이 오면 나는 늘 마트에 나물이 보일 때마다 이것저것 욕심껏 집어 온다.
반짝 나왔다 금세 사라지고 마는, 그야말로 봄의 한정판인지라 부지런하게 먹어두어야 후회가 없기 때문.
물론 나물 요리가 복잡했다면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물 무침은 간단하다.
다듬고 데쳐서 간한다.
끝이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또 제대로 맛 내기가 쉽지 않은데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해 그렇다.
그것을 알기 전까지 내 나물 무침 또한 늘 엉망이었다.
무치는 도중에 나물이 다 찢어지거나 간이 잘 안 배는 등의.
도무지 좋은 맛이 안 났다.
엄마에게 전화해 비법을 묻기도 했다만 엄마는 그저 조물조물 무치면 되지 뭐, 라는 말만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인터넷 뒤져 보아도 마찬가지.
물기 짤 때 수분이 20% 정도 남겨두어야 한다고 하는데.
내 손이 저울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봄이 올 때마다 내 손으로 직접 나물을 맛있게 무쳐 먹고 싶어서 무치고 또 무쳤다.
다행히 해를 거듭할수록 감이 좀 생겼다.
먼저 데칠 때 주의해야 할 점이다.
대부분 나물이 생으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말인즉슨 오래 익힐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덜 익히면 아삭하고 풋내가 좀 난다.
그런데 오래 익히면? 다 찢어져 너덜너덜해진다.
여린 잎일 경우 1분을 안 넘기는 게 좋고 거친 나물이라도 2분 30초 내로 마무리 짓는 게 좋다.
그다음은 물기 짤 때.
악력이 약한 사람이 나물을 맛있게 무치기 힘든 이유가 나물에 수분이 많으면 간이 잘 안 배기 때문이다.
가급적 여러 등분으로 나눠서 꼭 짜고, 그래도 물기가 많이 남아 있다면 채반에 널어 살짝 말리는 것도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양념.
간은 소금과 국간장, 멸치액젓, 된장, 고추장 등으로 하는데 나물에 알맞은 것을 취향껏 찾아보는 게 좋다.
개인적으로 달큼한 겨울 시금치는 소금으로 충분, 취나물과 냉이는 된장만, 방풍나물처럼 씁쓸한 나물은 된장과 고추장 섞어 무치는 게 맛이 있었다.
엉겨 붙어 있는 나물을 한 장 한 장 떼어낸다는 느낌으로 들어 올려 흔들고 뒤집어가며 전체적으로 간을 입힌다.
그다음 참기름 두르고, 깨 (이왕이면 절구에 살짝 가는 게 좋다)를 뿌려 한 번 더 무친다.
그러면 된다.
나물 무침.
얼어붙은 땅을 뚫고 올라온 첫 채소, 봄나물.
봄나물을 먹는다는 그러한 강인한 에너지를 몸과 마음에 들이는 일이라 믿는다.
계절의 선물, 나물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법으로 나물 무침보다 더 좋은 게 또 있을까.
방풍나물무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