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와 삶은 계란, 그리고 사과 1/4 토막을 담은 한 뼘의 접시.
마치 정물화 구성 같은 이 조합은 내가 가장 즐기는 아침 식사 중 하나다.
아. 오트밀 죽이나 숏파스타와 신선한 채소를 식초, 오일에 버무려 먹는 것 또한 좋아한다.
아침을 간단히라도 먹자. 가급적 건강하게, 라는 사소한 다짐으로부터 시작한 일이었다.
익숙해지다 보니 점심도 허투루 먹고 싶지 않게 되었다.
저녁도 마찬가지.
아니, 저녁이야말로 무겁게 먹으면 절대 안 된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위의 열감 때문에 잠을 설친다던지 다음 날 아침 머리가 무겁다던지, 하는.
여태껏 스트레스 때문이겠지, 하고 넘겨짚었던 여러 증상이 다르게 먹는 것만으로 개선되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더 이상 복잡한 요리는 즐기지 않는다.
가까운 식재료로 가볍게 조리해 적당한 양을 먹는다.
만들어 먹은 후 치우는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식료품 비용이 줄었다.
늘 부담이었던 오늘 뭐 먹지? 고민은 도리어 즐거워졌다.
무엇보다도 처음으로 내 몸과 더 친해진 기분이 든다.
잔병치레 많았던 내 몸은 어제보다 오늘 좀 더 단단해졌고, 마음은 전보다 훨씬 더 물렁해졌다.
그 조용한 회복의 과정을 여기, 적어놓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