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가장조림덮밥]
집들이 온 사람들, 하나 같이 서울에 이런 데가 다 있냐며 산 밑이라서 좋겠다, 했지만 마을버스 없이는 지하철을 탈 수 없으며 대형 마트는커녕 동네에 저녁 한 끼 사 먹을만한 데조차 없었으니까 사실은, 마냥 좋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처음으로 번화한 동네로 이사했을 때,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밤 늦도록 환하게 들뜬 거리와 즐비한 밥집, 새벽을 가르는 오토바이의 부아앙, 소리마저도 좋았으니까.
그러나 낭만도 하루 이틀.
계절이 여름으로 바뀐 후 늘 창을 연 채 지내다 보니 그 모든 것들이 다 공해로 변해버렸다. 특히 집 바로 앞, 유명 고깃집에서 쉴 새 없이 피어오르는 연기와 매캐한 냄새는 정말이지, 곤욕스러웠다. 베란다에 널어놓은 빨래며 방 안의 이불, 내 머리카락까지도 매일 매일 숯불 냄새가 밴 것만 같았다. 그야말로 탄내에 흠뻑 절어 있던 것이다.
거기다 새벽까지 거하게 취한 이들이 부리는 소동도 복병이었다. 한 번은 창을 반쯤 연 채로 자고 있는데 날카로운 고성방가에 잠에서 확 깼다. 밖에서 싸움이 난 듯했다. 시계를 보니 11시 반. 이불을 뒤집어쓴 채 억지로 다시 잠을 청해보려 했으나 높아지는 언성에 온 신경이 창 밖으로 쏠렸다. 아무래도 다시 잠들기는 틀린 거 같기도 했고,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해 베란다로 나가 보았다.
길 건너 고깃집 앞에서 중년의 두 중년 남성이 거하게 취해 서로에게 삿대질해 가며 거친 말투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 전부 다 알아듣기는 힘들었으나 누가 더 잘못했는지 따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얼마 안 있어 두 사람은 기어이 뒤엉켜 몸싸움을 벌였다.
아버지 제사가 어떻고, 형이 어떻고 하는 소리가 어렴풋 들리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두 사람이 형제겠구나, 싶었다. 하기사 형제이니까 저렇게까지 한 덩이처럼 들러붙어서 싸울 수 있는 걸테지, 싶었다. 고깃집 사장이 뛰쳐나와 뜯어말려도 강력 접착제로 붙여 놓은 거처럼 두 사람은 떨어질 줄을 몰랐다. 가만 보니 키와 체형, 머리 벗겨진 것도 똑 닮았다. 다행히 경찰이 출동해 상황은 마무리 되기는 했다. 사장은 무슨 의식처럼 손을 탈탈 털면서 다시 가게로 들어갔다. 고깃집 건물 위로 유령 같은 흰 연기가 쉴 새 없이 피어올랐다.
그 집 사는 내내 나는 고기라면 신물이 났다. 사실, 이사 나온 지 꽤 됐는데 아직까지도 고기 타는 냄새를 맡으면 절로 미간이 찌뿌려진다. 자연스럽게 잘 먹지도 않게 되었다. 먹더라도 조금씩 먹는다. 100g 정도의 고기로 한 끼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누가 뭐래도 덮밥일 거다. 고기와 양파, 버섯 등 함께 볶다가 물과 간장, 설탕을 3:2:1 비율로 넣어 졸인 후 그대로 밥 위에 부으면 완성이니까 간편하기까지 하다. 내가 아침 식사로 해 먹는 거의 유일한 고기 요리 아닐까 싶다.
모처럼 고기를 간장과 설탕에 지글지글 졸이고 있으니 숯불 냄새 가득한 그 해 여름 밤들이 떠올랐다. 맨발로 내디딘 차가운 베란다 타일 바닥의 촉감과 축축한 대기, 그리고 일일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던 창 밖의 각양각색 소란들.
어깨동무한 채 제자리 맴돌며 노래 부르던 사람들,
어딘가 전화해 목청껏 하소연하며 울던 분,
참으로 조용히, 그러나 무려 세 시간 넘도록 나무 밑에서 싸우던 커플 등.
아스팔트 위 아지랑이처럼 어질어질한 계절, 타들어가는 마음에 컵에 서리가 맺힐 정도로 찬 술을 붓고, 서늘하게 식어 헛헛한 마음, 뜨거운 불판에 데우며 위로해 보려는 사람들 삶의 장면을 참 많이도 목도했다. 여름은 어쩔 수 없이 그러한 계절인 걸까. 다행인 것은 그렇게 애를 태우며 소진한 날들이 재처럼 검은 기억을 남겨도 어느 결엔가 훌훌 흩어져 버린다는 것. 정신 차리고 보면 여름은 꼭 끝나 있다.
돼지고기간장조림덮밥 간단 레시피
① 돼지고기와 양파를 볶는다.
② ①이 반 정도 잠길 정도로 물 붓고 간장과 설탕, 다시마를 넣어 조린다.
(돼지고기 300g일 때 물 400ml 간장 3T, 설탕 1T 추천)
③ 고기에 색이 베면 불에서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