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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 파트너 이석재 Oct 05. 2020

고통을 다르게 보기

떠도는 마음에 귀를 기울이자

어느덧 방사선 치료가 8회를 마쳤다. 첫 주가 지날 때는 잘 느끼지 못했는 데 둘째 주가 되면서 몸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다. 전에 느끼지 못한 어지러움과 가슴 부위의 답답함이다. 무거운 물건이 가슴을 억누르고 있는 것 같다. 가끔은 통증으로 느껴진다. 어젯밤에는 어찌나 힘든지 기를 쓰려고 해고 집중이 안되고 몸이 쳐졌다. 침대에 드러누워 휴식을 취했다. 나도 모르게 깊은 잠에 들었다. 침대가 나를 빨아들이는 것 같다.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하는 데 몸이 침대에 붙어서 일어나기 어려웠다.


  목구멍을 지난 부위가 방사선으로 헐은 모양이다. 침을 삼키려고 하나 그 부위가 칼칼하게 느껴졌고 연한 통증도 있다. 아직은 견딜만하다. 몸이 불편한 곳을 느껴보기 시작하니 이곳저곳 나타나 타기 시작한다. 온몸이 시큰시큰하다. 불편과 통증을 민감하게 느껴보니, 온몸에 퍼져 있다.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전혀 느낌이 없었는 데 주의를 집중하니 마치 새로운 느낌인 듯 얼굴을 내미는 것이다. 내가 주의를 바꾼다면 이러한 불편과 통증은 어떻게 느껴질 것인가?


다르게 보고 다르게 행동한다


  나의 성장과정을 보면 독특한 성향이 두드러지게 형성되는 것을 알 수 있다. 5남 3녀에서 막내로 태어났다. 어머니께서 불혹의 나이에 막내를 두셨다. 첫째 아들의 나이는 다른 가정으로 보면, 부모 나이와 같다. 조카들의 나이가 나보다 연상인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어린 시절을 보낼 때는 형제와 자매들이 출가하거나 외지로 나갔다. 부모님과 바로 위의 형뿐이었다. 내리사랑이라서 막내는 귀여움을 받기 마련이다. 어린 시절을 자유분방하게 보냈다. 누구의 구속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생활은 바르게 했다. 초중고 12년을 개근했으면, 건강과 성실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년시절을 보내면서 내가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비중이 높았다. 고상하게 표현하면 주도적인 삶을 살았다. 이 과정에서 자기 주관도 생겼지만, 고집이 함께 생겼다. 스스로 생각한 것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면 진중하지만, 벽에 부딪히면 민감해졌다. 가정 형편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상황은 아니었다. 따라서 경제적인 것과 관련되어 어려움에 직면하면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대부분 참고 그 상황이 지나가야 했다. 어떻게 하든지 그 상황을 극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제논의 역설(Zeno' paradox)을 많이 준용했다. 날아가는 화살도 어느 순간에서 보면 정지된 것이다. 움직이려면 변화가 있어야 한다. 화살이 날아가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에서 보면 변화가 없다. 현재에서 다음 지점으로 가기 전은 정지된 것이다. 따라서 화살은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정지된 것이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시간은 흘러가지만 정지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다음에 필요한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자기합리화였는지도 모른다. 현실을 달리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과정을 다르게 보고자 했다. 어린 시절부터 원인과 결과보다 과정을 민감하게 느끼고 생각했다. 중요한 일인 경우 생각을 많이 하고 결정을 하기 전까지 예민하다.


난관을 극복하는 나의 방식


  유년시절의  사고방식은 성인이 되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렇다.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한 방사선 치료를 하는 과정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느낌이 강렬하다. 떠도는 마음을 구성하는 주된 내용이다. 삶은 생로병사이다. 고통의 시선으로 보면 그 고통에 묶인다. 삶에서 고통은 과정이며 변화이다. 다르게 보고 행동하면 고통을 해결할 수 있다. 원인과 결과보다 과정에 주목한다. 과정을 긍정적으로 보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가능성을 높이는 결정적 행동에 집중한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이번 달 내에 당면한 고통을 모두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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