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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라 Feb 11. 2023

텔아비브에서 삼만보 걷기

처음 떠나는 나 혼자 여행의 목적지는 이스라엘이다. 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고 아부다비에서 출발하는 저렴한 티켓을 찾아서 충동적으로 여행을 결정했다. 

친구가 출근길에 공항에 내려줘서 편하게 비행기를 탔고 3시간의 비행 끝에 텔아비브 공항에 도착했다. 이스라엘 보안이 철저하다고 해서 입국하기 어려울까 봐 걱정이었는데 생각보다 입국심사는 순조로웠고 바로 비자를 받아서 공항을 나왔다. 일단 호스텔로 갈 예정이었는데 텔아비브 시내 행 버스가 너무 안 와서 그냥 계획을 바꾸고 예루살렘을 먼저 갈까 고민하던 참에 같이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이랑 말을 하고 곧 오게 된다는 것을 듣고 그냥 기다리는 걸로 마음을 바꿨다. 딱 보자마자 미국인일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맞았다. 캘리포니아에서 왔고 벌서 몇 개월째 세계 여행을 하고 있는 노부부였는데 미국인들 특유의 친절함+투머치토커 성향을 갖고 있었다. 두 분 다 여유롭고 멋졌다. 나도 나중에 은퇴해서 저렇게 자유롭게 여행 다니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Rav Kav 만드는 걸 도와주셔서 버스를 잘 탔고 구글맵의 도움으로 시내까지 잘 도착했다. 짐을 맡겨놓고 배고파서 일단 식당으로 향했다. 회사 동료가 추천해 준 식당 Port Said에 갔는데 배고파서 그런지 진짜 감동적인 맛이었다. 가지와 고기요리 두 개를 시켰는데 후무스가 진짜 맛있었고 빵도 맛있었다.

감동적인 맛의 가지요리!
후무스와 타히니 소스와 함께 먹는 minute steak

그렇게 배고픔을 달래고 숙소에 짐을 맡기러 갔다. 첫 번째 목적지는 Tel Aviv Museum of Art였다. 미술관 규모도 엄청 컸고 유명한 작품들도 많았다. 모네의 water lillies 그리고 반고흐의 작품들도 있었다. 그리고 이스라엘 출신 작가들의 전시도 따로 있었는데 미술작품으로 나라의 문화에 대해 먼저 접하는 것도 좋았다. 예루살렘에 가면 보게 될 경관들을 그림으로 먼저 보고 실제로 보면 더 감흥이 클 것 같았다.

미술관을 나와 걸으면서 텔아비브 시내 구경을 했다. 생각보다 관광객은 많지 않은 듯했고 내가 있었던 곳은 로컬스러운 느낌이 강했다. 등교하는 초등학생들과 학부모들도 보고 힙한 스타일의 젊은이들도 보고 텔아비브의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렇게 걷다가 피곤해져서 사람이 많은 걸로 봐서 핫플인 것 같은 카페에 무작정 들어갔다. 힙한 카페 느낌이었는데 나이 드신 분들도 꽤 계셨다. 사교모임처럼 커피를 마시며 신문 보고 책 보고 대화하고 계셨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라 신기했다. 텔아비브는 진짜 힙스터 타운 느낌인 것 같다. 젊은이들부터 노인들까지 다 스타일리시하고 특유의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잠시 쉬고 좀 더 걸어서 white city에 도착했다. 텔 아비브에서 예쁜 타운 중에 하나인데 걷다 보니 진짜 건물들이 다 하얬다. Liebling haus- White city centre에 가서 도시의 역사에 대해 좀 보고 루프탑에서 시내 전망 구경도 했다.

White city center 내부

해가 질 때쯤에 바다를 보고 싶어서 걸어서 해안가 쪽으로 갔다. Jerusalem beach에서 시작해서 자파까지 쭉 걸었다. 해 질 녘의 바다는 진짜 예뻤다. 이게 바로 지중해의 일몰인가. 여기 살며 매일 이런 일몰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Parasailing 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는데 행복해 보였다. 물론 실물은 절대 다 못 담지만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열심히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이 풍경만으로도 여기까지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몰을 보고 여유롭게 바다를 걷는데 감사함과 행복함이 벅차오르게 느껴졌다. 그냥 여기 지금 있을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 처음 혼자 온 여행인데 계획 세울 때부터 걱정이 있었지만 어쨌든 잘 도착했고 남은 시간도 잘 보낼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문뜩 생겼다. 오래 꼭 껴안고 있는 커플도 보고 나들이 나온 가족들도 봤는데 다들 행복해 보여서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자파 쪽으로 걷다 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졌고 도착했을 때즈음엔 거의 어두웠다. 후무스 샌드위치 하나를 중간에 클리어했음에도 하루 종일 걸었더니 꽤 배고파졌고 추천받았던 또 다른 식당에 갔다. 텔 아비브 물가가 비싸기에 너무 돈을 많이 쓰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언제 또 가볼 수 있겠나 하는 생각에 treat myself 하기로 마음먹었다. 갤러리처럼 꾸며진 예쁜 식당이었는데 요리도 맛있었다. 혼자 왔다고 하니까 바 테이블 자리를 줘서 바텐더랑 얘기도 좀 나누면서 천천히 밥을 먹었다. 해피 아워여서 50% 할인받아서 샐러드랑 칵테일 한잔을 시켰고 나중엔 seafood bisque까지 추가했다. 이스라엘 음식이 대체로 좀 짠 편인데 난 짠 음식을 좋아해서 내 입맛엔 꼭 맞았다. 양도 적당했고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그렇게 혼밥을 마치고 Jaffa 거리 구경을 좀 하다가 피곤해져서 호스텔로 돌아갔다. 돌아와서 확인해 보니 하루 만에 무려 33000보를 걸은 걸 확인했다. 어쩐지 발이 좀 아프더라... 첫날부터 열심히 돌아다녔고 텔아비브에 정취를 제대로 느꼈다 :) 내일은 일출 보러 Masada로 향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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