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라 Aug 11. 2023

싱그러운 여름 햇빛과 일용할 양식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빡빡했던 일정을 소화하고 피곤이 가시지 않은 채로 맞은 금요일 아침 평소보다 한 시간 늦게 출근해서 커피 한잔으로 겨우 정신을 차렸다. 오전에 이번주 내내 붙들고 완성하지 못했던 코드를 드디어 끝냈다. 점심시간이 벌써 지나서 혼자 공원으로 나가 아침에 사 온 샐러드를 먹었다. 지난 며칠간 내내 비와 추운 날씨로 약간 우울했었는데 언제 그랬었냐는 듯 다시 찾아온 여름 날씨였다. 크고 오래된 나무들 사이 있는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샐러드를 먹으면서 오래간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친구들 동료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좋지만 이렇게 혼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것도 참 좋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서 멍 때리다가 문뜩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꿔왔던 연구소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게. 들어만 봤던 도시에 살 수 있다는 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학부 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는 게. 적당히 여유롭고 적당히 바쁜 여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잠시 아무 걱정 없이 초록으로 가득한 공원에 앉아 아름다운 풍경과 날씨를 즐길 수 있다는 게. 2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다시 오피스로 돌아가기 위해 일어났다. 한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였지만 이 잠깐의 여유가 너무나도 큰 행복을 줬다. 사실 인간은 꽤 단순하다. 햇빛과 일용할 양식. 오늘 하루치 행복은 이 둘 만으로도 충분했다. 


작가의 이전글 슐라드밍 주말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