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일보 工作日报 첫번째 이야기
저는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사람, 작은 회사에서 부장으로 불리고 있기에 보통 부장, 보부장입니다.
중국에는 직함에 대한 별다른 존칭이 없어요.
김 사장님을 부를 때도 "김 사장 金老板", "박 이사님"을 부를 때도 "박이사 朴理事". 편하죠.
그래서 저도 그냥 보부장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상하이는 서울에서 비행기로 2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
한국 위성 티브이도 시청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이 나라에 있어야 하는 목적을 밝히고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엄연한 외국입니다(실제 거류 비자의 중문 이름 또한 "거류 허가증" 이랍니다).
비자 연장을 해야 할 때가 오면, 필요한 자료를 이것저것 챙겨 들고 서류를 주고받을 납작한 구멍과 말소리가 드나들 작은 구멍이 몇 개 뚫린 두꺼운 유리창 앞에 서서 빨간 도장이 찍히기를 기다려야 하지요.
친절하기는 기대도 말아야 해요. 한참 기다리던 중 점심시간이 되었다고 납작한 창구를 닫고 휙 사라지지 않도록 중간중간 눈을 맞춰 웃어주기까지 해야 한답니다.
내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고.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그래도 중국, 그중에서도 상하이는 해외 생활을 하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괜히 엄마가 보고 싶은 날, 여권만 달랑 챙겨 떠나더라도 주말 1박 2일이면 충분히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거리에 있으면서도,
"해외에 있으니" 왠지 한국에서의 의무는 조금 벗어놓아도 덜 미안한 딱 그런 적당한 거리거든요.
게다가 언어가 다르긴 하지만, 둥근 얼굴 검은 머리, 비교적 작고 평면적인 눈 코 입. 같은 동양권이다 보니 큰 이질감이나 경계의식 없이 생활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대화가 시작되면 호기심 어린 눈빛과 함께 돌아오는 질문.
"어느 나라 사람이요?(你是哪里人?)
아무리 현지인인 척 해도 모국어를 이길 순 없지요. 어색한 발음에서 외국인 티가 나긴 나나 봅니다.
외국 같지 않은 외국에서
이방인 같지 않은 이방인으로 살며,
한국과는 조금 다른 중국 직장 문화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
또 그 직장을 다니느라 엄마 같지 않은 엄마 노릇을 하며....
같은 시간이지만 오늘도 어쩔 수 없이 다채로운 보부장의 하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