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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긋방끗 Oct 27. 2024

취미 수집가 (그림 그리기)

ep 8. 그림 그리기


 나는 왜 이렇게 많은 취미에 도전하는 걸까? 우선 세상에 재미있고 궁금한 것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궁금해지면 직접 해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긴다. 갓 구운 빵이 먹고 싶으면 맛있는 빵집을 찾기보다 직접 만들고 싶어진다. 그림도 미술관을 가면 화가가 어떤 기법과 의도를 그렸는지가 더 궁금하다.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하는 것은 장점이지만, 에너지가 여러 곳에 분산되어 하나만 집중하며 전문성을 키우기는 어렵다. 하지만 내가 꾸준히 좋아하며 이어온 반려 취미는 그림 그리기다.


  20대 후반, 나는  그림그리기에 집중한 적이 있었다. 직장을 다니며 배우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크로키, 인체를 그리기 위한 해부학, 한국화, 캐리커쳐, 수채화, 민화 등 재료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그림을 배웠다. 미술관도 자주 다녔고, 시간이 나면 그림을 그리며 실력을 키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실력은 쉽게 늘지 않았고 보고 따라 그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당연히 나만의 개성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어려웠다. 잘 그리고 싶다는 열망이 커질수록 오히려 늘지 않는 실력에 자신감은 점점 작아져 갔다. 30대에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그림은 당연히 뒷전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이사를 다닐 때마다 미술 재료와 화구는 꼭 챙겼다.  그러면서도 생활에 지쳐 그림에 대해 열정이 다시 솟아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숨겨진 비밀처럼 미술 재료들은 창고 속에 숨겨져 있었다.


  40대가 되고 어느 날 집 앞 평생교육관이 지어지고 다양한 그림 수업이 개설되었다. 색연필화, 유화, 인물화, 디지털 드로잉 등을 시간이 되는 대로 수업을 들으며, 2년 동안 꾸준히 그림을 배웠다. 그림을 배우는 동안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잘 그리고 싶은 욕심은 점점 더 커졌고, 그럴수록 허기진 마음이 나를 괴롭혔다. 공모전에서 상도 받아야하고 창의적인 화법으로 새로운 시각으로 그림을 그려야만 할 것 같아서 나를 지치게 했다. 즐거워서 하는 취미가 오히려 나를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평생 내 친구가 되어줄 취미가 뭘까 생각해 보면 그림그리기일거야.’ 라는 생각이 드니 과정을 즐기고 싶어졌다. 더 이상 결과가 아닌 그림그리기라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기로 했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 몰입하기 시작하자 다시 즐거움이 찾아왔다. ‘색이 이게 아닌데…’, ‘형태가 일그러진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들면 ‘ 뭐 어때, 다시 그리면 되지. ‘ 라고 나를 다독거리며 그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면 나는 나만의 세계에 몰입하게 된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점, 선, 면, 색으로 표현하는 과정에만 집중하고, 그 과정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림을 통해 현재의 나를 담고 표현하며 즐겁게 살아가고 싶다. 


 나는 꿈꾼다. 


 그림 그리는 할머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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