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긋방끗 Oct 27. 2024

취미 수집가 (제과제빵 기능사)

ep 7. 제과제빵기능사



  갓구운 빵을 한 입 베어 물면, 고소한 향기와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이 입안 가득 퍼진다. ‘매일 내가 구운 빵을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상상을 하며,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 제빵을 배우기로 했다. 처음에 쿠키나 케이크 만들기도 배울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그것들은 제과 수업에서 따로 배워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욕심을 내어 제과 제빵 기능사 수업을 모두 신청했다. 이 수업은  양식 조리 기능사 수업처럼 필기와 실기를 모두 준비해야 했다. 필기 시험은 제과 제빵이 겹치는 내용이 있을거라 기대하며 수업을 신청했다. 실기는 대량으로 만들어야 해서 집에 있는 오븐이 작아 제대로 연습할 수 없었다. 아이가 자는 틈을 타서 필기 시험 준비를 하며 바쁘게 보냈지만, 제과제빵 수업이 있는 날은 설렜다. 


  실습실에서 빵을 만들 때면 반죽할 때 쫀쫀하고 부드러운 촉감, 발효하며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모습, 오븐에서 빵을 구울 때의 고소한 빵냄새 모두 좋았다. 특히 2차 발효 후 공기 방울을 터트리며 필요한 양만큼 배분하고 모양을 만드는 것이 재미있었다. 반죽을 늘리고 꼬아 성형한 빵이 오븐에서 노릇하게 구워질때, 그 모습은 너무나 먹음직스럽고 아름다웠다. 갓 구운 빵은 역시 식빵이 제일 맛있었다. 겉바속촉으로 바로 찢어 먹는 식빵의 맛은 완벽했다. 하지만 집에서 해보니 실습실에서 한 것처럼 맛이 나지 않았다. 집에 있는 오븐은 실습실 오븐만큼 성능이 좋지 않아 열이 골고루 퍼지지 않는 것 같았다. 


  제과 수업을 할 때는 쿠키, 다쿠아즈, 마카롱 등 달콤함 디저트들을 만들었다. 하지만 설탕과 버터의 양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 특히 계란 흰자로만 만드는 폭신한 다쿠아즈가 내 취향에 딱 맞았다. 마카롱은 아몬드 가루로 만든 반죽을 짤주머니로 짜주면 계란 과자처럼 귀여웠다. 갓구른 마들렌 또한 촉촉하면서도 버터 풍미가 너무 좋았다.


 집에서도 쿠키를 만들어 보았는데, 한 번 만들면 많이 만들게 되니 냉동실에 빵과 과자가 쌓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자주 먹다보니 체중도 점점 늘었다.그래서 점점 집에서는 제과제빵을 덜하게 되었다. 실습실에서 같이 동료들과 하하호호 이야기 나누면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보니 집에서 혼자 만드는 과정이 조금은 귀찮게 여겨졌다. 실슬실만큼 장비가 잘 갖추어져 있지 않아서, 맛도 제과제빵을 배울 때 먹었던 맛이 잘 구현되지 않았다. 그리고 왠지 살찔 것 같아 제과를 할 때는 권장량보다 설탕과 버터를 적게 넣어니 파는 것보다 맛있지는 않았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자격증을 땄음에도 제과제빵을 점점 멀리하게 되었다. 대전의 성심당이나 서울의 태극당 같은 유명 빵집을 보며 ‘나도 시그니처 빵을 만들어서 손님들이 줄을 서는 가게를 차리고 싶다.’ 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취미를 아쉬워하거나 미련을 둘 필요는 없다. 직접 해봤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니까 점점 더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게 된다. 취미는 한 번의 도전으로 끌날 수도 있고, 오래 남을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다양한 취미를 경험하며 평생 함께할 반려 취미를 찾을 수 있게 되는게 아닐까?

이전 06화 취미 수집가 (언어와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