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6. 언어와 여행 (중국어 배우기)
15년 전에 나는 남편과 함께 2주 동안 중국에 배낭여행을 떠났다.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쑤저우, 안후이성의 황산과 홍촌까지 다양한 도시를 여행했다. 아름다운 자연, 다양한 문화, 다채로운 먹거리 등 매력적이었지만 언어장벽이 컸다. 중국에서는영어가 통하지 않았고, 중국어를 모르면 위치를 묻는 간단한 질문조차 쉽지 않았다. 베이징에서 항저우로 침대기차를 인터넷으로 예매해서 실물표를 찾기 위해 기차역으로 갔다. 기차표를 어디서 찾는지 손짓, 발짓 다해서 영어로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이 달라 기차역을 헤매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당시 스마트폰이 있었지만 번역앱이 지금처럼 발전되어 있지 않아 소통이 쉽지 않았다. 한국어의 기차표를 학생 시절 배운 중국어 ‘汽車票’라고 종이에 적어 보여주었지만,그마저도 소통에 실패해 한 시간동안 기차역을 돌아다니니 정말 답답했다. 결국 실물표로 교환하는 사무소는 지하 1층에 있었다. 이 때 언어를 모르는 것이 이렇게 어렵구나 느끼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중국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코로나 시기가 찾아오면서 사람들과의 대면관계가 줄고 남은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했었다. 그때 중국어 온라인 수업을 발견하고 수강신청을 하였다. 중국어를 배우는 과정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성조를 배우는 것도 흥미로웠고, 뜻글자를 조합해서 말을 만드는 방식이 한자를 알고 있어서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우리나라처럼 ‘기차(汽車)’와 다르게 ‘화차(火车)’였다.’ ‘불 화’에 ‘차 차’는 간체자로 쓰인다는 것도 이때 배웠다. 코로라 시기가 끝나면 여행 갈 것을 상상하며 2년 정도 공부했다. 한자쓰기나 성조가 여전히 헷갈리지만 대만에 갔을 때 중국어가 조금이라도 들리고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할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비록 더듬거리며 말했지만, 배운 것을 직접 사용한다는 생각에 여행이 더 즐거워졌다.. 대만 식당 메뉴판에는 체크리스트처럼 된 것이 많은데 그것을 한 장 가져와서 메뉴 음식을 공부하기도 하였다. 언어를 배우는과정 자체가 여행처럼 느껴진다는것도 큰 기쁨이었다. 중국 드라마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도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나는 내년에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고3 때 바르셀로나 가우디의 건축작품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이후, 언젠가는 꼭 가 보고 싶었다. 코로나 시기에 중국어처럼 스페인어도 배워두고 싶어서 도서관의 온라인 수업을 3개월간 들었다. 스페인어로 알파벳, 숫자, 인사 정도만 배웠지만 그 시간만으로도 여행지에서 직접 말해볼 상상을 하며 더 실감 나고 즐거웠다. 파파고 같은 번역앱이 잘 되어 있는 요즘은 언어를 배우는 일이 무용지물에 시간낭비같이 느껴질 수 있지만, 언어를 배우는 과정자체가 이미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좋아 하는 마음으로 언어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