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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긋방끗 Oct 27. 2024

취미 수집가 (글쓰기)

ep 10. 글쓰기

  집 앞 평생교육관에서 시쓰기 수업을 들었다. 시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라 도전해 보고 싶었다. 흔들리거나 힘들 때 위로가 되는 시를 직접 써 보고 싶었다. 정제된 언어로 감정을 토해내어 복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시수업은 내가 생각하는 보다 속도가 느리고 낯설었다. 수업이 재미없어서 느리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세계와 다른 속도로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수업을 듣고 있으면 좀이 쑤시기도 했다. 시를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함축된 언어들의 의미에 다가가기 힘들었다. 언어의 아름다움에 도달하기 까지는 심리적 장벽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와 친해지고 싶고 매주 배운 시들을 읽으면 마음이 간질간질하거나 울컥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시를 배우다 보니, 나도 내가 느끼는 수많은 복잡한 감정과 세계를 시나 글로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글쓰기 수업도 신청하였다. 40대에 접어든 이후,  나를 탐색하기 위해 ‘끌린다’ 라는 마음이 들면 무엇이든 경험해보고자 했다. 글쓰기는 ‘나를 위한 글쓰기’ 라는 제목의 수업이었다. 매주 한 번씩 어린시절의 기억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었다. 돌아가고 싶은 장소, 보고 싶은 사람 등 내 삶의 어린시절을 돌이켜 보아도 쉽게 기억나지 않았다. 점점 글쓰기가 두려워졌고, 수업 중반에는 선생님의 코멘트가 두려워 글을 써놓고도 수업을 가지 못했다. 수강생들 사이에서 그 수업 이후에도 글모임을 계속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나도 동참하게 되었다.  다행히 모임 사람들은 글쓰기와 책에 관심이 많아 나도 주저없이 잘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덕분에 지금까지 3달째 이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모인에서는 한달에 한 번 주제에 대해 글을 쓰고, 각자 자신의 글을 읽고 서로 좋은 점과 보완할 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취미의 과정을 즐기기 위해 요즘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이루어가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A4 용지 한장 분량의 글을 쓰거나 일주일 한 번 엽서 크기에 내가 그리고 싶은 장면을 그리기라는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고 있다. 나와의 약속을 지켜 나가며 작은 성공과 성취를 이루고 있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칭찬 받고 인정 받는 것 이상의 충만함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평가보다는 나와의 약속이 중요해지다 보니 의기소침해지거나 남과 비교하는 일도 줄었다. 하루하루 나와의 약속을 지키며, 매일을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매달 한 번씩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글쓰기를 계속할 힘을 얻게 된다. 그렇게 용기를 얻어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두려움과 설레임 공존했지만, 우선은 잘 쓰려고 하기 보다는 솔직하게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를 들여다보며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내면이 단단해지니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편해졌다. 잘 쓰기 위한 글이 아니라 글쓰기를 통해 삶이 더 창조적이고 풍요로워지길 바란다. 글쓰기를 통해 나에게 다정하고, 세상과 연결되는 삶을 꿈꾸며  이 기도로 마무리한다. 


  나에게 다정하고 

  타인과 세상에 마음을 열게 해주십시오.


  창조성에 의심이 들때

  자신을 믿고 나아갈 용기를 주십시오.


  일상에서 나를 돌볼 힘을 믿으며

  힘들고 지칠 때 두려움없이 

  세상과 연결되어

  그 에너지를 통해 회복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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