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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 May 06. 2021

'이거 아니면 안 돼'는 위험한 고집이다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말은 탄탄한 근육을 가져 강인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겁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경주마에는 낯선 상황이나 물체에 대한 공포감을 줄이고 산만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양쪽 시야를 차단해 주는 가리개를 씌운다고 한다. 이는 경기 중 다른 곳으로 이탈하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질주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모든 경주마가 옆을 가리고 달린다고 하더라도 모두 1등이 될 순 없다. 다음 경기에 다시 참여할 수는 있으나 시간이 갈수록 지치고 나이가 들어가는 말은 1등이 될 확률도 점점 줄어든다.



리도 혹시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지 않은가? 오직 이 길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순위 안에 들기 위해 고집을 부리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레이스를 완주하더라도 순위권 밖이라면 세상은 우리에게 냉정하다. 단지 완주에만 의미를 두는 삶을 살지 않다면 말이다. 완주했다는 사실만으로 뿌듯할 수 있는 건 새해 결심으로 한 번쯤 도전해 볼 법한 마라톤 완주뿐이다. 세상은 그 의미 있는 뿌듯함만으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간절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 길만이 답은 아니다. 우린 모두가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패트릭 헨리가 될 필요는 없다. 그게 아니면 삶을 끝낼 것인가? 필경 아닐 것이며 그래서도 안 된다. 사실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좁은 식견에서 오는 아집이고 고집일 뿐이다. 만약 이게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오히려 인생의 다양하고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신호이다.



안전하다고 믿는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그 세상이 전부라고 믿으며 산다. 물론 처음부터 안전추구형의 사람들이 그 조직에 많이 몸 담은 탓이겠지만 그 밖의 세계에서는 우울하고 비참한 삶만 있을 거라 생각하며 본인이 그곳에 몸담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것을 넘어, 타인에게도 똑같은 것을 강요한다. 그들 딴에는 호의를 베푼 것이겠지만 그 호의가 모두 사실일 수는 없다. 내 마음이 이 길만이 살 길이라고 말한다면 나 역시 스스로에게 거짓된 신념을 주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끈기 없이 빨리 포기하고 돌아서라는 말이 아니다. 죽을힘을 다 해보고 그래도 안 된다면 다른 길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그 기점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팁을 주자면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스스로에게 뿌듯함이 아닌 한심함을 느낀다면 말의 시야를 가렸던 차안대를 벗어던지고 다른 경로를 탐색해야 한다. 스마트한 내비게이션도 가는 길에 사고가 있거나 차가 막히면 경로를 재탐색해서 알려주더라. 인간이 한낱 기계보다 못하면 어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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