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
누구 간식이 더 많은가
누구 과자가 더 큰가
내 자동차 만지지 마
내가 아끼는 볼펜이야 쓰지 마
매일 같이 싸우는 형제들 사이에서 엄마는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물론 자매도 싸우고, 남매도 싸운다. 사이좋게 놀다가도 툭하면 싸운다. 어느 때 보면 첫째도 짠하고 둘째도 짠하다. 둘이 나이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니 부모입장에서 난감할 때가 많다.
# 1. 간식시간
자두가 10개 있다. 연년생 아들 두 명에게 5개씩 똑같이 나누어 주었다. 첫째는 맛있게 다 먹고, 한 두 개 더 먹고 싶다. 그런데 둘째는 3개 먹고 2개를 남겼다. 더 먹고 싶은 첫째가 둘째에게 남은 것을 달라고 한다. 둘째는 내 것이라고 주지 않았고 첫째는 요령껏 뺏어 먹었다. 뺏긴 둘째는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는 왜 맨날 자기 것을 다 먹고 동생 것을 뺏어 먹냐고 첫째를 탓했고, 아빠는 왜 먹지도 않으면서 주지도 않냐고 둘째를 탓했다. 결국 간식을 먹고 둘 다 혼이 났다. 문제는 간식 먹을 때마다 비슷한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첫째는 30kg이고, 둘째는 20kg이다. 당연히 먹는 양이 다르다. 첫째에게 7개, 둘째에게 3개를 주는 것이 먹는 양에 맞는 배분이다. 문젠 주는 방법에 있다. 처음부터 첫째에게 7개를 둘째에게 3개를 주면 먹기도 전에 둘째가 난리가 날 것이다. 처음에 둘 다 2개씩 주면서 다 먹고 더 먹고 싶으면 더 먹을 수 있다고 알린다. 첫째는 두 개를 먹고 더 먹고 싶다고 한다. 다시 2개를 주면서 똑같이 말한다. 둘째도 더 먹고 싶다고 한다. 2개를 주면서 "더 먹고 싶으면 더 먹으렴 그런데 남으면 다시 가지고 오렴"을 전한다. 곧 첫째는 더 먹고 싶다고 했고, 둘째는 1개를 남겨왔다. 결국 첫째가 7개를 둘째가 3개를 먹었다. 그리고 누구도 혼나지 않았다. 둘째가 충분히 먹은 상태에서 첫째가 더 먹는 것은 처음부터 7개 3개를 주는 것과는 다르다. 이것이 공평이라고 생각한다.
#2. 장난감 전쟁
둘째가 첫째 장난감을 만지면 가지고 놀지도 않으면서 달려가서 뺐는다. 빼앗긴 둘째는 울고 불고 난리다. 엄마는 첫째에게 가지고 놀지도 않으면서 동생이 만지려고 하면 뺏는다고 나무란다. 또는 동생 한 번만 만지게 해 주자고 부탁한다. 문제는 이런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난다.
첫째는 6살이고, 둘째는 3살이다. 첫째가 둘째보다 생일,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설날이 더 많았으니 장난감 양이 다르다. 둘째는 이제 막 딸랑이와 아기 체육관을 떼고, 이제 막 장난감의 세계에 입문했다. 거실에 신기한 것들이 많다. 유튜브에서 보던 것들도 있고 그동안 아기라 몰랐는데 이것저것 신기한 것들도 많다. 신기해서 만져보려고 하면 잽싸게 뺏어간다. 안 뺏기려고 꽉 잡았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한 대 맞기도 한다. 엄마는 우는 동생을 달래면서 왜 때리냐고 혼내고, 아빠는 사이좋게 같이 가지고 놀아야 더 사줄 수 있다고 한다.
필자는 외국에서 생활할 때 놀란 것이 있다. 만나본 외국 가정의 첫째들은 동생이 자기의 장난감을 만져도 뺏지 않았다. 왜일까. 우리나라의 가정은 아이가 둘이면 거실에 아이들의 장난감, 책, 액세서리들이 한가득이었다. 그런데 방문해 본 외국 가정은 거실에 큰 미끄럼틀이나 시소 같이 부피가 큰 것들만 보이고 자잘한 장난감들은 없었다. 첫째와 둘째가 각각 방이 있고 각자의 장난감, 책, 액세서리들이 나누어져 있었다. 보이니까 만지는 것이지 안 보이면 안 만진다. 부모는 첫째에게 장난감을 빌려달라고 말하고, 허락을 할 때만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둘째에게 모델링해준다. 첫째가 "No"라고 허락하지 않으면 쿨하게 "OK"하고 넘어간다. "Yes"라고 허락하면 고맙다고 표현하고 조심히 잘 가지고 놀겠다고 말한다. 둘째는 부모가 보여준 모습을 모델링하여 첫째에게 허락을 구하고, 조심히 가지고 노는 것을 따라 한다. 물론 첫째도 둘째의 장난감을 만질 때과정이 같다. 허락도 없고, 예측도 없이 만지니 뺏는 것이다. 방이 없을 경우 거실에 장난감 캐비닛이 나누어져 있다. 공간과 소유의 분리, 허락과 고마움의 표현, 다른 사람의 물건이니 조심히 다뤄야 함을 배워야 한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양보도 잘하고, 배려도 잘한다. 그런데 왜 집에서 형제 자매 남매는 싸우는가. 간단하다. 기관에서는 누구도 나의 색연필을 사용하지 않는다. 누구도 나의 물건을 허락 없이 만지지 않는다. 이유는 각자 사물함에 자기 색연필이 있고, 선생님께 남의 물건을 만질 때는 허락을 구해야 한다고 배운다. 혹 자는 가족끼리 삭막하게 무슨 허락이냐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함께 같이 사용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기 전에 서로를 미워하게 될 수 있다. 너무 자주 싸우는 아이들은 들여다 보면 서로에 대해 불만이 쌓여있는 경우가 많았다. 부모의 의해 가족이 되었고 한 집에 살게 되었다. 처음부터 사이좋긴 어렵다.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