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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맘 Aug 25. 2020

우리 차


 우리는 차 안에서 '차' 이야기를 자주 하곤 하였다. 우리는 곧 차를 바꿀 계획을 하고 있었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도로에 눈에 띄는 것은 주로 차들인 관계로 종종 그러하였다.  그럴 때마다 별이는 지금 '우리 차'가 좋다며 바꾸고 싶지 않다는 의견을 그동안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별이가 돌 즈음 지금 이 차로 바꾸었고 우리는 지금까지 쭈욱 이 차와 함께했다. 그러나 오래된 중고차가 그러하듯 5년이 되니 여기저기 신호가 오기 시작했고 우리는 작년부터 차를 바꿀 것인지 고쳐서 탈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하였다. 사실 꽤 비용을 들여서 일부 고치기도 하였는데 앞으로를 생각하여 우리는 결정을 하여야 했다. 사실 우리 둘은 우리 차에 대한 아쉬움보다 새 차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다. 부족한 것은 자금이었을 뿐 우리는 원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현실 가능한 범위에서 결정하려고 고민 중인데 갑자기 별이는 오열을 하며 이 차의 장점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장거리 운행에 별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사실 별이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중고차이기에 우리는 별이가 낙서를 해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고(사실은 별이가 얘기하기 전까지 알지 못하였다.) 별이는 차 안에서 본인이 원하는 유튜브도 실컷 보고 편히 간식도 먹을 수 있었으니 별이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차였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차는 '우리 차'였다. 지난 5년이 넘게. 우리는 우리 차 안에서 세상 편안하게 수다도 떨고 때로는 음식을 나누어 먹고 멀미에 못 이겨 쓰러져 잠을 자기도 하였다. 그렇게 우리 차는 우리와 함께 도로 위의 추억을 만들어갔다.


 그러나 나는 문득 5년 전 이별의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보냈던 우리의 첫 번째 차가 떠올랐다. 우리의 첫 번째 차는 핑크색 경차였다. 그 차로 산후조리원에서 별이를 집까지 데리고 왔고 유아박람회에 달려가 별이 유모차를 샀다. 우리는 경차에 들어가는 유모차를 고르기 위해 신중했고 별이 아빠는 유모차를 작은 차에 넣기 위해 바퀴를 빼는 수고를 묵묵히 해주었다. 별이는 계속 자라고 있고 필요한 짐은 늘어났으며 우리는 별이를 조금 더 안전하게 이동시켜 주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데이트와 별이의 처음을 책임져 주었던 핑크리(우리 차 닉네임이었다)와 고맙다는 인사도 나눌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이별을 맞았었다. 차를 파는 것은 나의 생각보다 너무 쉽고 간단한 일이었다. 가끔 길에서 같은 차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그때 그 이별이 참 미안했다.


 어쩌면 별이는 우리보다 '더' 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별이의 7살 인생에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 고마운 우리 차와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이 별이에게는 '너무' '큰' '슬픔'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별이를 진정시키고 나서 천천히 우리의 생각을 전달해야만 했다. 별이가 속상해하는 것은 알지만 우리 차가 오래되어 앞으로 많은 수리비가 필요할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덜 오래된 차가 필요하게 된 것이라고. 별이 아빠, 별이 엄마, 별이 모두가 원하는 것을 모두 만족하는 차는 없겠지만 천천히 한 번 생각해 보자고 별이를 다독였다. 또 별이가 준비될 때까지 엄마 아빠는 기다릴 거지만 별이도 엄마 아빠를 위하여 조금 더 생각을 해 달라고 강요스러운 설득을 하였다.


 별이는 진정이 되었는지 본인이 원하는 조건을 이야기하였다. 본인은 무조건 '우리 차'와 비슷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우리 차를 바꾸고 싶지 않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만큼 지금 우리 차가 너무 만족스럽다는 뜻 같아 나는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또 별이 특유의 본인 것에 대한 애정 또는 집착이 드러난 것 같아 참 한결같다 싶기도 하였다. 누구나 이별을 '덜' 아쉬워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그렇지만 그래서 우리는 함께하는 동안 '더' 열정적이고 감사하게 지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별이는 낙서를 할 수 있는 우리 차가 좋다며 오열하였다. 나는 별이 아빠에게 우리의 다음 차에도 낙서를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내었고(우리는 또 중고차를 살 예정이다.) 덕분에 별이는 아주 조금 진정이 된 것도 같았다. (낙서가 사라질지 혹은 생각보다 빨리 차를 바꾸게 될지 알 수 없기에) 사진으로 남겨놓자는 나의 제안에 생수병의 하트가 나오도록 하자는 별이의 주문이 더해져서 우리의 추억이 완성되었다.  



        


 우리 차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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