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의 하원 길, 웃는 모습이 귀여운 별이의 친구 손에 붙여진 스티커들을 보고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별이는 수업 시간에 잘하면 받을 수 있는 스티커라고 설명해 주었다. 사실 본인도 받았다면서 그리고는 속삭이듯 본인이 반에서 많이 받았다는 얘기도 보태었다.(별이와 그 친구는 다른 반이었다.) 그때 나는 별이에게 어떤 표정을 보여줬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짧게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을까 아니면 축하한다고 환한 미소를 보였을까. 그리고 나의 대답에 별이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평소처럼 여러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나는 칭찬 스티커가 있는지 전혀 몰랐고 별이가 나에게 얘기한 적이 없어 당황하였다. 또한 본인이 '제일 잘한다'라고 얘기하는 별이에게 칭찬 스티커를 제일 많이 받은 것을 '칭찬'해주어야 할지 그렇지 않으면 혹시나 (지금 현재로선 본인이 제일 많이 받았겠지만) 앞으로 못 받아서 실망할지 모를 별이를 위해서 너무 기뻐하는 모습을 '감춰야 할지' 고민하였다.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식탁 옆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솔직한 마음을 별이에게 고백하기로 하였다. 나는 많은 '생각'을 접고 나의 '감정'에 충실하였다.
엄마는 아까 별이가 칭찬 스티커 이야기를 해주었을 때 사실 많이 기뻤었다고.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이긴 한데, 엄마가 너무 많이 기뻐하면 별이가 나중에 칭찬 스티커를 받지 못할 때 더 속상해할까 봐 엄마가 기쁜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하였다고. 엄마는 별이가 칭찬 스티커를 받아도 안 받아도 다 좋아서 그렇게 한 건데 엄마가 기쁘다는 걸 제대로 표현을 못 한 것 같아서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엄마는 참 많이 진심으로 기뻤다고, 별이가 '열심히' 하고 또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나의 긴 이야기를 집중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히 듣던 별이는 갑자기 안아달라며 손을 뻗었다. 그동안 별이가 갑자기 안아달라는 뜻은 별이가 속상하다고 느꼈을 때가 많았다. 나는 걱정스럽게 별이가 속상한 것인지 물어보았고 별이는 내게 안긴 채 천천히 대답하였다. 아니, 좋아서...
우리는 꽤 오래 말없이 안고만 있었다.
별이의 곤충 기록물 1.
놀이터에서 발견했다는 무당벌레를 집에 와서 그림으로 남겨놓았다. 나름 열심히 들여다본 모양이다. 실제 크기까지 표현하는 디테일. 곤충이 정말 좋긴 좋은가 보다.
별이의 곤충 기록물 2.
너무너무 좋아하지만 겁이 나 직접 만지지는 못하는 별이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별이의 곤충 장난감. 핑크색 공간에 곤충을 올려놓고 열심히 그리는 중인 별이. 이후에 on/off 버튼을 추가해 그린 것을 보면 저건 처음부터 기계였던 것일까 중간에 마음이 바뀐 걸까. 미래의 곤충 박사가 되고 싶은 별이는 현재 곤충 '놀이 박사'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