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상한 걸까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김이안이에요. 저는 구름 유치원 기린반이고요 우리 가족은 엄마 아빠 큰언니 김지안 둘째 언니 김수안 그리고 저예요. 아참, 우리 집 강아지 토토를 빼먹었네요.
저는 소원이 하나 있어요. 그건 빨리 어른이 되는 거예요. 어른이 되기만 하면 먹기 싫은 김치도 안 먹을 수 있고요 가고 싶은 놀이동산도 마음껏 내 맘대로 갈 수 있을 테니까요. 저는 매일매일 달님에게 간절히 기도를 해요. 때로는 작년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께도 기도를 해요. 할아버지는 저를 많이 사랑해 주셨으니까 제 기도를 들어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른이 되는 게 다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럼 이제부터 제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어른들의 일들을 말해 볼게요.
이상한 일 그 첫 번째는요,
며칠 전 엄마와 저는 동네 마트에 갔었어요. 그때 저쪽에 윤서 엄마가 보였어요. 엄마는 윤서엄마와 반갑게 인사를 했어요. 윤서 엄마가 우리 엄마에게 말했죠.
“어머 오래간만이에요. 잘 지내셨죠? 우리 언제 한번 밥이나 먹어요.”그러자 엄마는 흔쾌히
“네, 언제 한번 만나요.”라고 대답하셨죠. 전 이럴 때마다 어른들에게 묻고 싶어요. 언제 한 번이란 말은 도대체 언제를 말하는 걸까요? 저는 엄마가 윤서 엄마에게 “며칠날 만날까요?”하고 물어보길 기다렸지만 엄마는 그냥 애매하게 웃으며 “꼭 봐요”라고만 얘기하셨어요. 저는 친구들과 약속을 할 때는 “내일 세시에 은하 놀이터에서 만나자” 이렇게 약속을 하거든요.
엄마도 윤서엄마에게 “내일모레 10시에 요 앞 커피집에서 만나요”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윤서 엄마랑 꼭 만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런 건 아빠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아빠는 “우리 언제 한번 술 한잔 하지”라고 말하지요. 어른들이 말하는 언제 한 번은 아주 아주 아득히 먼 훗날을 말하는 건가 봐요. 아니면 서로 만나기 싫다는 뜻이 거나요.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이상한 걸까요?
이상한 점 두 번째는요,
이모는 엄마의 여동생이나 언니를 부르는 말이고요, 남자 형제를 부르는 말이잖아요, 그런데 우리 엄마는 엄마 친구들에게 이모라고 부르라고 해요. 또 아빠는 아빠 친구들을 삼촌이라고 부르라고 하고요. 나는 엄마 친구들이나 아빠 친구들과 가족이 아닌데요. 그래도 그건 이해가 좀 돼요. 서로 가족만큼 친하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정말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빠가 음식점에 가서 음식점 주인아주머니에게 “이모”라고 부르는 거지요. 그 아주머니는 절대로 아빠의 이모가 아닌데 말이에요. 참 이상하죠? 그리고 내 친구 상우네 엄마는 상우아빠를 부르실 때 “오빠”라고 불러요. 부부끼리는 “여보. 당신”이라고 부르는 거라고 유치원에서 배웠거든요. 참, 이건 비밀인데요. 중학교에 다니는 우리 둘째 언니는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들을 오빠라고 부르더라고요.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이상한 걸까요?
이상한 점 그 세 번째는요, 우리 집은 딸만 셋인데요, 가끔 엄마랑 우리 셋이 길을 걸을 때 지나가시던 할머니들이 “아유 이 집은 딸이 셋인가 봐. 나중에 늙어봐. 딸이 최고야,”라고 말씀하셨어요. 이런 말은 지금까지 여러 번 들었어요. 아마 엄마는 그런 말이 듣기 싫으신가 봐요. 그런데 왜 딸이 셋이면 나중에 좋다고 하는 걸까요? 지금은 좋지 않다는 뜻일까요? 그리고 엄마는 왜 그런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걸까요? 어쨌든 좋다는 말이 잖아요? 세상에는 제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아요.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이상한 걸까요?
이상한 점 그 네 번째는요,
어느 날 엄마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왔어요. 엄마랑 저랑 엄마 친구는 밖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우리 집으로 왔어요, 그런데 엄마가 대문 번호키를 누르는데 글쎄 한 손으로 번호판을 가리고 누르는 거예요. 엄마는 자기 친구를 못 믿는 걸까요? 저는 엄마 친구한테 너무 미안해서 엄마 친구의 얼굴으 보았어요. 그런데 엄마 친구도 어색한 듯이 먼 곳만 바라보며 딴청을 부리시는 거예요. 친구끼리는 서로 믿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엄마는 친구를 의심하고 친구는 그것을 모른 척하고. 그런 사이를 우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난 우리 집에 친구들이 놀러 오면 당당하게 친구 앞에서 번호 키를 눌러요. 나는 내 친구가 우리 집 비밀 번호를 안다고 해도 우리 집에 나 몰래 들어오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아요. 나는 내 친구를 믿고 내 친구도 나를 믿으니까요.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이상한 걸까요?
이상한 점 다섯 번 째는요
엄마랑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다빈이 엄마를 만났어요. 다빈이 엄마가 말했어요.
“어머 이안이 엄마 혹시 그 얘기 들었어? 글쎄 세미 엄마가 말이야. 어쩌고저쩌고, 한참 이야기 하시던 다빈이 엄마는 말씀하셨어요. ”근데 이건 비밀이니까 절대로 다른 사람들이에게 이야기하면 안 돼. 알았지?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비밀이면 다른 다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다빈이 엄마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다빈이 엄마는 왜 그런 비밀을 우리 엄마한테 하는 걸까요? 더 이상한 것은 우리 엄마도 아라 엄마에게 그 비밀을 고대로 말하더라고요. 절대로 다른 사람에겐 말하지 말라는 말까지 똑같이요. 이제 곧 온 동네 사람들이 그 비밀 얘기를 알게 될 것 같아요. 비밀이 더 이상 비밀이 아니게 되는 거죠. 어른들은 참 이해할 수가 없어요.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이상한 걸까요?
이상한 점 여섯 번째는요, TV를 보면 여러 가지 상품 선전이 나와요. 그런데 그 가격이 다 구천 구백 원으로 끝나더라고요. 이만 구천 구백 원, 삼만 구천 구백 원 이런 식으로요.
삼만 원, 사만 원으로 받으면 계산이 더 쉬울 텐데 왜 꼭 구천 구백 원으로 가격을 정했을까요? 그렇게 하면 더 싸게 느껴지는 걸까요? 요즘은 백 원으로 문방구에서도 살 수 있는 게 거의 없는데 말이에요. 아이스크림 하나도 사 먹을 수 없는 백 원 깎아주는 게 그렇게 생색낼 일일까요?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이상한 걸까요?
이상한 점 그 일곱 번째는요, 우리 아빠에 관한 거예요. 우리 아빠는 친구가 많아요. 그래서 주말이면 늘 그 친구들과 만나 술을 드시죠. 그런데 아빠는 가끔 약속에 늦을 때가 있나 봐요. 아빠 핸드폰이 울리면 아빠는 전화를 받고는 어디냐는 친구의 물음에 ”응~ 가고 있어 “라고 대답하지요. 아빠는 아직 집을 떠나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아빠는 왜 가고 있지도 않으면서 가고 있다고 말하는 걸까요? 가고 있다는 말속에 혹시 가려고 준비 중이란 말이 숨어있는 걸까요?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이상한 걸까요?
이상한 점 여덟 번째는요. 이번 이야기는 전화에 관한 거예요. 엄마는 늘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어야 한다고 말해요. 그런데 엄마는 친할머니가 전화를 하시면 늘 건성으로 "네 어머님, 그렇죠, 어머님" 이란 말만 잔뜩 해요. 마치 메아리가 울리는 것처럼요. 나중에는 아예 스피커 폰으로 해 놓고 전화기를 아예 귀에서 떼고는 또 “네~ 어머님, 그렇죠 어머님"을 반복해요. 참, 그리고 우리 엄마는 친할머니한테는 늘 상냥하게 이야기 하면서 외할머니한테는 막 짜증을 내요. ”엄마가 뭘 알아. 엄마는 잔소리 좀 그만해 “라고요. 제가 보기엔 친할머니가 엄마한테 더 잔소리를 많이 하시는 것 같던데요. 외할머니가 엄마의 친엄마니까 엄마는 외할머니와 더 잘 지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친하면 사이좋게 지내야죠. 그리고 엄마는 친할머니 집에선 우리에게 아주 상냥하게 말해요. 물론 우리 엄마는 대부분 상냥하긴 하지만요. 외할머니 앞에선 우리를 혼내기도 하면서 말이죠.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이상한 걸까요?
이상한 점 아홉 번째는요, 저는 유치원생이지만 스마트폰이 있어요. 언니들이 쓰는 걸 보고 부러워서 아빠를 1년이나 졸라서 핸드폰을 선물 받았어요. 그 대신 하루에 30분만 스마트폰을 보기로 아빠와 약속을 했어요. 그런데 말이죠. 가끔 가족들이랑 외식을 하러 식당에 가보면 저보다 훨씬 어린 동생들도 스마트폰을 보고 있더라고요. 그것도 한 시간도 넘게요. 제가 보기엔 두 살 많아야 세 살 정도 되는 아기들인데도 말이에요. 왜 어른들은 그런 아기들에게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보여줄까요?
이런 생각을 하는제가 이상한 걸까요?
이상한 점 열 번째는요. 엄마랑 길을 가다 보면 우리한테 오만 원짜리 돈을 내밀면서 신문을 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 사람들은 엄마한테 "신문 일 년만 보시면 어린이 신문 무료로 넣어드려요."라고 말하죠. 게다가 삼 개월은 무료로 신문을 보게 해 준데요. 아니 신문을 보려면 돈을 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왜 공짜로 신문을 보게 해 준다고 하는 거죠? 더 이상한 건 우리 엄마의 대답이에요, 사실 우리 집은 신문을 보지 않아요. 엄마랑 아빠는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지요. 그런데도 엄마는 피곤하고 귀찮은 얼굴로 ”저희 다른 신문 보는 거 있어요. “라고 거짓말을 하죠. 이상한 일은 또 있어요. 길을 걷다 보면 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누어 주는 아주머니들이 계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아주머니를 피해 가지요. 어떤 사람들은 그 전단지를 받기도 하지만 바로 그 앞에서 버리거나 구겨서 주머니에 넣어버려요. 그건 너무 무례한 일 아닌가요? 버리더라도 그 아주머니가 안 보이는 데서 버려야지 예의 바른 것 아닐까요?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이상한 걸까요?
지금까지 제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행동들을 말해 보았어요. 제가 너무 길게 얘기한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어른들은 아이들이 너무 길게 얘기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 것 같아요. 오늘은 이 정도만 할게요. 제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말 제가 이상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