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는 한 살을 더 먹게 되었다.
어릴 때는 나는
스무 살 성년이 된 언니들이 무척 부러웠다.
스무 살만 되면
나이가 어리다고 제약을 받았던
많은 일들을
멋지게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스무 살이 되고 나니
기회는 많아졌으나
생각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사회로 나가 처음 겪게 되는 일마다
좌충우돌 갖가지 실수도 많이 했고
하는 일마다 왠지 어설펐다.
계획했던 일을 실패할 때마다 좌절했고
사랑했던 사람이 나를 떠날 때마다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일처리에 대한 나의 미숙함에 실망했고
사람에게 받는 상처들에 흔들렸다.
서른쯤 되면 많은 부분에서
노련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서른 살이 되고 보니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다.
한 사람의 아내가 되고
한 집 안에 며느리가 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의 필요를 채우는 일보다
다른 사람을 챙겨야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마흔이 되면
시간의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다.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된다는 불혹,
마흔을 넘고 보니
청년으로 만났던 남편과 나는 어느새
아저씨, 아줌마의 낯선 모습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날마다 함께 하기에
서서히 달라져 온 모습을 알아차리기 힘들었는데
어느 한순간 서로를 바라보니
얼굴에도 세월의 나이테가 새겨있다.
지천명을 바라보는 지금의 나이가 되면
내가 판단해서 선택한 일들에
후회하지 않으리라 믿었는데
나는 여전히 세상이 두렵고
내 판단과 선택에 자신이 없다.
나는 내게 주어질 남은 시간 동안
세월이 만들어가는 나이테의 무늬를
겸손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