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에 만나
무례한 요구를 하지 않는 남자친구가 좋았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자신이 가진 최선의 것을 주며
까칠하고 융통성 없던 나라는 사람을
순수하게 사랑하는구나 느낄 수 있게 해 줬다.
그 누구와도 결혼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싶지는 않았다.
어느 날 자기와 결혼해 주지 않는다면
올해 안에 아무나 만나서
결혼해 버릴 거라는 협박을 들었을 때
정말 그렇게
내 곁을 떠나버릴 것 같아서 두려웠다.
내가 지금까지 봐 왔던 결혼은
여자의 희생이 더 컸기 때문에
남자친구와 결혼을 결심하며
내게 아낌없이 주는
이 남자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혼을 하고 보니
맏며느리에게 당연한 바람이었을지 모르지만
무례했던 시부모님의 요구를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됐고
나는 더 이상 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되어 갔다.
그렇게
한 남자의 아내, 한 집안의 맏며느리,
두 아이의 엄마로 나를 잊은지
16년이 되었다.
바쁜 일상 속,
아무도 관심 없을 내 이야기를 끄집어 내고
엉켜있는 기억들을 애써 다듬으며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누군가의 사람으로 살면서
16년의 시간 동안
잊고 있던 나에 대해 알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걸 잘하는지,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뭔지,
내 속에 숨어있는 욕망은 무엇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책과 강연 100일 100장이 끝날 때
내 속에 숨어있는 솔직한 나와 마주하게 된다면,
그래서 남아있는 나의 시간들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작은 욕심을 부리며 살아갈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글쓰기를 시작한 용기도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도,
내 작은 욕심의 시작이다.
그렇다.
이제 나를 찾아가는 항해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