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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Apr 19. 2024

한국인의 밥상

8화


 비만을 치료하는 몇몇 의사들이 방송에서 ‘먹방이 없어져야 온 국민이 건강해진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고 보면 TV에 먹는 프로그램이 정말 많다. TV 방송뿐이겠는가. 유튜브에도 먹는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겠지만, 먹는 것이 그만큼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중요한 일이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몇몇 의사들의 말대로 TV나 유튜브에서 먹방이 사라진다면 정말 온 국민이 건강해질까? 


최불암 씨가 진행하는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최불암 씨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그 지역에서만 나오는 음식 재료로 만든 소박한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인의 밥상’도 먹방이다. 하지만 요즘 인기 있는 먹방 프로그램과는 다르다. 


 오래전부터 그 지역에서 먹던 음식,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음식들을 소개한다. 그야말로 토종 한국인의 밥상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먹지 않고 보기기만 하는데도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 이런 먹방 프로그램이 장수 프로그램이 되면 좋겠다는 바램이 생긴다.


 ‘한국인의 밥상’을 보는 날은 시어머님의 토종밥상이 그리워진다. 여러 가지 나물을 밥상 위에 올려주시던 엄마의 밥상도 생각난다. 내가 차리는 밥상 중에 두 분 어머님의 그리운 밥상을 대변해줄 밥상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정월 대보름에 차리는 밥상이다.   


 우리 집 대보름날의 밥상은 마른 나물 서너 가지를 조물조물 무치고 찰밥을 한다. 찰밥은 꾀가 나서 찜기에 찌지 않고 전기밥솥에 쉽게 한다. 작년까진 엄마가 짓던 방식을 따라 한다고 12시간 이상 찹쌀을 불려, 복잡한 과정을 번갈아 가며 두어 시간씩 찜기에 쪄냈다. 하지만 2년 전 부터는 전기밥솥에 하니 1시간 만에 찰밥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찜기에 쪄내는 옛날식 전통 찰밥에 비하면 맛은 덜했지만, 현미 찹쌀과 백미 찹쌀의 비율을 3 대 7로 섞어서 했더니 괜찮았다.


전기밥솥에 찰밥 하기     


1. 팥은 하루 이상 찬물에 불려둔다.

2. 찹쌀을 씻어 전기 밥솥에 앉히고 팥을 넣고 소금을 두어 꼬집 넣는다.

4. 물은 밥솥의 눈금보다 살짝 아래로 맞춘다.     


 보름나물 만드는 데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마른 나물을 물에 불리고, 삶고, 또 양념하고, 볶는 과정이 필요하니 말이다. 물론 삶은 나물을 마트에서 사면 시간이 단축되겠지만 말이다.


 올해 만든 보름나물 재료는 마른 표고버섯, 토란대, 가지, 개망초였다. 마른 나물은 산행할 때 짬짬이 뜯어다 말려두기도 하고, 제철에 많이 나오는 채소를 시장에서 넉넉히 사다 볕 좋은 날 채반에 널어 말리기도 한다. 이렇게 말하니 주택에 사는 것 같지만 아파트에 살면서 베란다에 말린다. 날이 좋지 않은 날은 건조기를 이용해 말리기도 한다.   

  

보름나물 쉽게 만들기     


1. 마른 나물은 찬물에 서너 시간 불린 다음 30분 정도 삶은 다음 세 시간 정도 담가 둔다.

2. 삶은 나물을 여러 번 씻어서, 묵은내를 뺀 다음 물기를 꼭 짠다.

3. 멸치, 다시마로 육수를 만들고 양념장을 만든다.(양녀장은 다진 파, 마늘, 국간장, 들기름, 참깨를 넣고 섞는다.).

4. 나물에 양념장을 넣고 무친 다음 프라이팬에 양념한 나물과 육수 1컵을 붓고 5분 정도 센 불에서 볶는다.

5. 마지막으로 들깨가루를 적당히 넣고 잠시 더 볶아준다.      


 바싹하게 구운 김에 찰밥 한 수저 올리고 나물을 얹어 먹으면 이건 진짜 엄마의 밥상에서 먹던 맛이 난다. 정월 대보름날 밤에 먹는 찰밥과 나물은 한국의 맛이고 한국인의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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