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프롤로그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주식을 처음 시작할 때 아무것도 모른 채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총도 없이 전장에 나가 무작정 돌격하는 장수처럼. 앞뒤 헤아리고 깊이 생각하며 신중하게 행동해도 될까 말까 한데, 그때는 그저 ‘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뿐이었다.
돌이켜보면 그 무모함이 내 첫 스승이었다. 실패를 통해 겸손을 배웠고, 두려움을 통해 용기를 배웠다. 결국, 주식은 돈의 싸움이 아니라, 무지와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용감했던 그 시절의 무식함이 없었다면, 배움의 문턱에 설 용기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20년 전 남편과 함께 호기심으로 샀던 주식이 몇 년 지나자 깡통이 된 적 있다. 다행히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그 후로 주식은 넘볼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때의 실패가 지금의 자산이 되었다. 아직도 나는 주식에 대해서 잘 모른다. 차트 해석하는 눈도 어둡다. 그러니 내가 쓴 글을 누군가 비전문적이고 주먹구구식이라고 타박한다 해도 할 말 없다. 하지만, 전문적이지 않기에 오히려 왕초보들에게 ‘쓸모 있는 이야기’가 될지 모른다. (웃음)
혹시 이런 말 들어봤는가. 유치원생을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초등학생이고, 초등학생을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중학생이라고. 주식 왕초보들이 유치원생이라면, 나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쯤 되는 셈이다.
선호하는 매매법은 있지만, 아직 나만의 숙련된 매매법도 없다. 주식 고수들이 전하는 매매법을 기웃거리며 그때그때 마음 내키는 대로 사고판다. 그래도 이제는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나, 주식하는 K아줌마야.”
예를 들면 이렇다. 얼마 전, 친구가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내가 추천한 종목을 이야기했다. 친구는 눈빛을 반짝이며 “정말 돼?” 하고 물었다. 나는 순간, 입에 거품 물고 열변을 토했다.
“자, 여기 보라고! 이 주식은…!”
말하다 보니 어느새 내 머릿속에는 복잡한 그래프도 계산기도 사라지고, 그저 ‘이건 사야 한다.’라는 직감과 간절함만 남았다. 나와 친구 사이에는 주식이라는 숫자의 세계가 아닌, ‘경제적 숨통을 트여주고 싶은 마음’이 자리한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마음에서 썼다. K아줌마의 간절함, 작은 실패와 웃긴 실수, 그리고 조금씩 배우는 깨달음을 담았다. 주식 왕초보라면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와 함께 웃고 울고, 때로는 욕심내고, 때로는 참는 경험까지 따라 해보길 바란다. 주식은 숫자의 싸움이 아니라, 마음의 성장 기록이기도 하다.
K 아줌마인 나는 백만 원으로 시작했다. 이 돈은 마치 연습장 위의 첫 낙서 같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실패를 거듭하면서, 백만 원이 천만 원이 되는 과정을 겪었다. 그 사이엔 수많은 실수와 후회, 그리고 깨달음이 있었다. 천만 원은 또다시 일억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때쯤 숫자보다 마음의 크기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투자기가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단단해져 가는가에 대한 기록이다.
‘돈이 다는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돈이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게 하는 현실적인 힘이 있다. 돈으로 할 수 있는 일, 이룰 수 있는 일은 많다. 사람을 도울 수 있고, 가족의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으며, 새로운 배움과 경험으로 나를 데려갈 수도 있다. 돈이 있다는 것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삶의 작은 불편함을 덜어내며, 마음이 여유로워질 수 있다.
이상하게 나는 돈의 힘을 알면서도, 돈 벌기 위해 무지 노력하는 사람들, 돈 불리는데 유능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쉽게 판단하고 죄악시했다. 어린 시절 교회에서 들었던 설교가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다. ‘돈은 죄의 씨앗이다.’ 이 말은 마음속 깊이 파고들어, 돈을 향한 작은 욕망조차 죄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한없이 청렴하게 공무원 생활을 이어오신 친정아버지의 영향도 있었다. 아버지는 늘 “깨끗이 벌고, 맑게 써라” 하셨다. 그 말이 내게는 일종의 금과옥조처럼 새겨져, 돈 버는 일보다 지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믿고 있었다.
퇴직 후, 설교 말씀은 현실과 부딪혔다. 돈은 죄의 씨앗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이자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패였다. 연금으로 살아가는 삶은 겉으로 보기엔 충분했지만, 마음 한켠이 공허했다. 결혼한 아들, 딸이 용돈을 보내오고, 간간이 남편의 책 인세가 들어오고, 눈에 보이는 연금이 있음에도, 씀씀이가 큰 탓인지 어딘가 모르게 부족함이 느껴졌다. 자유로운 시간을 얻었지만, 동시에 불안이 따라왔다.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 할까, 아니면 이대로 흘러가야 할까. 선택의 순간마다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과 치열한 삶의 현장 속으로 다시 몸 던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니, 이제는 어딘가에 메이기 싫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눈길 닿은 것이 주식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주식의 ‘주’ 자도 몰랐다. 숫자와 용어는 낯설었고, 뉴스와 정보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투자한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 한켠에 죄책감을 남겼다. 어린 시절 교회에서 들었던 말이 되살아나,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마치 죄짓는 행위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작은 호기심과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이 나를 이끌었다. 백만 원을 통장에서 꺼내 들고 첫걸음을 조심스럽게 내디뎠다. 처음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손실이 나면 심장이 조여 오고, 작은 수익이 나면 안도했다. 백만 원으로 시작한 투자금이 시간이 지나니 조금씩 불어났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금을 늘리게 되었고, 1년이 지나자 이천만 원 넘는 수익금을 얻게 되었다. ‘돈의 가치는 벌어봐야만 안다.’라는 말처럼 주식으로 돈을 버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뉴스 한 줄, 경제지의 숫자 하나가 모두 내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실감했다.
늘어나는 돈의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가고, 판단하고, 책임지는 경험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조금씩 시장의 흐름을 읽고 내 방식대로 시도하면서, 이제는 운 좋게 평균적으로 한 달에 백만 원에서 백오십만 원 정도 수익을 꾸준히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적은 돈이지만, 그것이 나에게 준 의미는 컸다. 단순히 돈을 번다는 것을 넘어, 퇴직 이후에도 스스로 설 수 있다는 안도와 자신감이 생겼다. 또 여행 좋아하는 남편의 욕구를 넉넉한 마음으로 채울 수 있었다. 불안하던 마음은, 이제 선택과 노력으로 채워지는 경험으로 바뀌었다.
없던 경제관념도 차츰 생기기 시작했다. 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위험과 기회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조금씩 깨닫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세계 경제 흐름과 우리나라 경제 동향에도 눈뜨게 되었다. 뉴스와 자료를 읽으며 시장의 움직임과 정책의 의미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작은 관심과 공부가 쌓이며, 단순히 돈 버는 경험을 넘어 이제야 세상 바라보는 시야가 조금씩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은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다. 주식 고수들이 알려주는 절묘한 비법 같은 것도 없다. 오히려 평범한 주부가, 퇴직자인 K 아줌마가 적은 돈으로 주식을 사서 점점 불어나는 과정을 담았다.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고민, 선택과 실수를 모두 포함해 상세하게 기록했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작은 용기와 희망이 되길, 또 다른 가능성의 문을 여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
혹시 당신이 지금 망설이고 있다면, 이 글이 손 내밀어주는 글이 되기 바란다. 주식이든, 투자든, 새로운 도전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믿고 한 발 내딛는 순간, 삶은 조금씩 다른 풍경으로 펼쳐진다. 주식에 대해 1도 모르는 왕초보지만 주식에 투자해 보고 싶은 이들, 은퇴 후 줄어든 수입 때문에 또다시 이력서를 써 내려가는 퇴직자들, 지금보다 생활비가 조금 더 필요한 주부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K 아줌마 김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