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왕초보를 위한 주식 가이드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
이 말은 짐승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의지할 곳 있어야 마음 놓고 힘쓸 수 있다. 소가 가려운 곳 긁으려면 언덕에 기대야 하듯, 주식으로 목표를 이루려면 든든한 종잣돈이 필요하다. 단순히 돈의 액수가 아니라, 마음의 기반이 되는 돈. 그 위에서 우리는 자유롭게 선택하고,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다.
경제 이야기할 때 종잣돈이라는 개념은 자주 등장한다. 일정 기간 떼어 모아 묵혀 둔 돈, 더 나은 투자나 구매를 위해 준비해두는 돈이다. 주식투자에서도 이 종잣돈은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 된다. 그렇다면 얼마가 필요할까?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다. 십만 원부터 백만 원, 천만 원까지, 숫자는 문제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시작할 용기와 마음의 준비다.
살림하는 주부들이나 왕초보에게 추천하는 첫걸음은 백만 원이다. 백만 원이면 충분하다. 매달 조금씩 모으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저축하든,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 목표가 명확하다면 길은 언제나 열려 있다. 백만 원의 종잣돈이 있다면 투자의 장에서 연습을 시작할 수 있다.
처음에 백만 원으로 하이닉스를 샀다. 결과는 놀라웠다. 일주일 만에 24만 원 넘는 수익이 났다. 은행 이자와 비교하니 큰 수익이었다. 투자금과 수익금을 합친 돈으로 리가켐 바이오를 사서 사흘 만에 21만 원 이상의 수익을 추가했다. 그렇게 첫 달, 백만 원으로 만든 수익은 45만 원이 넘었다. 어떤 종목이 좋고, 매수와 매도를 언제 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다만 마음을 비우고 시장에 몸을 맡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참 용감했다. 적은 돈이라 망설임 없었고, 그래서 긍정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백만 원은 나의 언덕이었다. 수익 기반 위에서 조금씩 더 높은 파도를 탈 수 있었다. 두 번의 성공이 준 자신감으로, 남편에게 손을 벌려 투자금을 천만 원으로 키웠다. 투자 과정에서 실패한 날도 있었고, 손실로 속상한 날도 있었다. 하지만 언덕이 있었기 때문에, 흔들려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 뒤로 집 판 돈까지 포함해 2억 넘게 투자했다. 숫자로 보면 그저 단순한 자산의 합계일 뿐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밤의 고민과 결단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다. 처음엔 두려움이 더 컸다. ‘이 돈을 잃으면 어쩌지?' ‘전세금을 못 돌려주게 된다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이 매일같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남편에게 지금 사는 좁은 아파트도 우리 명의로 된 집이니, 주식으로 돈 잃으면 그냥 눌러살 폭 잡자고 했다. 남편은 좁은 집에서 사는 지금도 힘든데 계속 살기 싫다고 했다. 하지만 두려움마저 시장의 일부라는 걸, 다행히 좁지만 살아간 언덕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마음이 조금씩 안정되었다.
주식시장에서 손끝 하나로 매수 버튼을 누를 때마다 심장이 쿵쿵 뛰었고, 주가가 오를 때는 짜릿한 전류가 온몸을 타고 흘렀다. 반대로 내릴 때는 마치 빗속을 맨몸으로 걷는 듯한 서늘한 긴장감이 밀려왔다. 그렇게 스릴 있는 하루하루가 냉정함의 경계 위를 오갔다.
집값을 주식에 투자하자, 종합주기지수가 올라 수익도 덩달아 불어났다. 이건 순전히 주식시장의 호황이 주는 행운이었다. 감사할 일이다. 이제는 이익보다 ‘안정’이라는 단어가 더 크게 다가온다. 주식시장이 좋아 다행히 이사할 때 융자 받지 않아도 새로운 집으로 입주할 수 있게 되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뿌듯해진다.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었는데 행운이 따른 결과다.
하지만 주식은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주는 요술 방망이다. 그래서 무한 긍정적으로만 생각할 수 없다. 나처럼 집판 돈이 있는 경우도, 1년 8개월이라는 기간이 주어지는 경우도 흔치 않을 것이다. 주식 장이 좋다고해서 무작정 뛰어든다고 곧바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적은 돈이라도 팔고 사는 경험을 통해 주식 시장의 생리를 파악해야 한다.
남편과 내가 다시, 천만 원의 종잣돈으로 돌아간 지금의 투자에는 경험이 깃들어 있다. 이제 천만 원은 단순한 종잣돈이 아니라, 나를 지탱하는‘확신의 씨앗’이다. 투자금으로 생기는 수익금으로 어려운 곳에 기부도 하고, 지금처럼 여행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태어날 손주들의 고사리손에 용돈 두둑하게 쥐여주는 날을 상상해 본다. 숫자로 모아지는 돈이 아니라 ‘삶을 움직이는 에너지’를 키워가는 일. 그게 지금 내 인생의 가장 짜릿한 스릴이다.
돈은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든 것은 돈으로 환산한다. 자동차 사고 내도, 명예 훼손해도 돈으로 배상한다. 반대로 손해를 당하면 돈으로 보상 받는다. 돈은 이처럼 모든 가치와 손실을 측정하고 환원하는 세상의 유일한 기준이기 때문에, 흐름을 읽고 키우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을 키우는 일과 같다. 그러기 위해서 종잣돈이 필요하고 종잣돈은 투자의 첫걸음이다.
종잣돈의 철학은 단순하다. 큰돈 갖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마음이 안심할 수 있는 언덕, 그 위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유롭게 숨을 고를 수 있다. 종잣돈은 단순히 통장에 찍힌 숫자가 아니라, 불안한 세상 속에서도 나를 지탱해 주는 ‘심리적 안전망’이다. 누군가는 그것을 경제적 자립이라 부르고, 또 누군가는 마음의 여유라 부를 것이다. 하지만 본질은 같다. 종잣돈이 있을 때 우리는 불필요한 욕심에서 벗어나고,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버티는 힘이 생기고, 때로는 과감히 멈출 용기도 생긴다.
투자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나 숫자보다 마음이다. 내가 배운 것은, 적은 돈이라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주식으로 많은 돈을 번 고수들은 적은 돈을 가지고 투자하라고 한다. 큰돈 가지고 투자하면 욕심, 불안 때문에 평정심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또 작은 성공을 자주 해야 자신감을 쌓아 올릴 수 있다.
실패조차도 배움이 된다면, 그것은 이미 자산의 일부다. 적은 돈으로 천천히 불려 가는 돈은 단순한 수익 이상의 의미가 있다. 돈은 나를 묶는 족쇄가 아니라, 나를 더 멀리 데려가는 날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종잣돈은 그 날개가 돋아나는 뿌리, 삶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오늘도 나는 나의 언덕 위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작은 종잣돈으로 시작한 투자와 기록, 그리고 경험이 쌓여 삶의 지경이 조금씩 넓어짐을 경험한다. 마음 편안한 언덕이 있기에,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 소가 언덕에 기대듯, 나도 종잣돈이라는 언덕 위에서 나만의 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