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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성향 파악하기

22화

by 김경희

투자는 마음의 풍경이다. 욕심이 짙을수록 안개가 끼고, 두려움이 앞설수록 길이 흐려진다. 풍경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으려면, 먼저 마음의 날씨를 읽어야 한다. 시장은 언제나 열려 있지만, 그 안에서 움직이는 마음의 리듬은 사람마다 다르다. 진짜 투자는 세상의 흐름을 읽기 전에, 마음의 흐름을 읽는 것에서 시작된다.


돈 버는 기술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나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다. 어떤 순간에 불안해지는 사람인가, 손실 앞에서 주저앉는가, 아니면 욕심 앞에서 멈추지 못하는가. 투자는 숫자와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그 숫자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인간의 감정이다.


사람들은 주식투자를 시작할 때 대부분 돈 버는 방법에 집중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깨닫게 된다. 투자는 재무적 결정과 함께 심리적 성향 관리가 중요한 활동이라는 것을. 투자는 돈 버는 일임과 동시에 마음을 조절하는 일이라는 것을. 주식은 숫자와 싸움이지만, 그 안에는 투자자의 기대, 불안, 욕심, 후회가 숨어 있으며,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손실보다 더 깊은 상처를 맞을 수 있다.


처음엔 몰랐다. 단순히 돈 벌고 싶은 마음이었다.

‘조금만 더 벌면 지금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

이 생각 하나로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은 내가 생각한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수익이 났다가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차트는 감정의 곡선 따라 춤췄다. 그때마다 흔들렸다. 오르면 들떴고, 내리면 불안했다. 그래서 더 강하게, 더 빠르게 움직였다. 내 방식대로 하면 다 잘되리라 믿었다. 이런 믿음은 가족에게 향했다. 동생과 딸에게 내가 하는 투자법을 강요했다.

“주식이 오르면 기다리지 말고 재빠르게 팔아.”


동생과 딸은 조심스러워했다. 머뭇거리며 마지 못해 행동에 옮기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도 있었다. 주가가 내리고 계좌의 숫자가 줄어들자, 그녀들의 얼굴에 미묘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때 나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왜 그토록 조급했는지, 왜 내 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했는지.


이후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 사람마다 투자 성향이 다르다는 것을. 투자 성향은 투자자가 위험을 감수하고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자신의 성향을 이해하면 투자 전략을 결정할 수 있고, 감정적 판단으로 인한 불필요한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세상에는 다섯 가지 투자 성향이 있다. 안정형, 안정추구형, 위험 중립형, 적극형, 공격형이다. 어떤 사람은 조심스럽게 지키는 삶을 살고, 어떤 사람은 모험을 즐기며 변화를 좇는다. 또 어떤 사람은 둘 사이 어딘가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쓴다.


나의 투자 성향은 적극형이다. 위험을 피하지 않지만, 무모하게 달리지는 않는 사람. 좋은 기회가 보이면 한걸음 먼저 나서고, 불안할 때도 끝까지 가능성을 붙잡아보려 애쓰는 사람. 그래서 늘 계산과 직감, 두려움과 도전 사이에서 마음을 조율한다.


이런 나에게 가족은 거울이었다. 동생은 늘 신중했다. 그런 동생이 너무 조심스러워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조심스러움은 신중함의 다른 이름이었다. 동생은 한 번의 거래보다 긴 호흡을 믿었다. 딸도 마찬가지였다. 그 아이는 늘 선택이 신중했다. 그런 딸에게 자주 말했다.

“젊을 때는 모험해야 해. 실패해도 괜찮아.”

하지만 지금은 안다. 딸 아이의 조심스러움 속에는 자기 확신이 있었다. 내가 보지 못했던 자기만의 투자 철학이 있었다.


이젠 나도 조금 달라졌다. 예전처럼 차트 앞에 오래 앉아 있지 않는다. 대신 사람의 표정을 읽고, 대화의 온도를 느끼려 한다. 계좌의 숫자보다 마음의 변동률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주식은 ‘수익률의 싸움’이라지만, 삶은 ‘회복률의 싸움’이다. 잃었을 때 다시 일어서는 힘, 그것이야말로 진짜 투자에서 배운 가장 큰 수익이다.


이제야 이해한다. 가족에게 내 방식을 강요했던 것은, 그들을 위한 게 아니라 나의 불안 때문이었다.

“이건 확실해.”

확신 있게 했던 말은 두려움을 숨기기 위한 갑옷이었다. 강한 어조의 말 뒤에는 늘 ‘불안하다’라는 감정이 숨어 있었다. 이런 점을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요즘은 딸과의 대화가 조금 달라졌다. 딸이 조심스레 종목을 물어오면, 이렇게 답한다.

“그 종목이 네 마음에 맞는지부터 생각해봐.”

과거의 나였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투자의 핵심은 결국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다. 투자금의 수많은 오르내림 끝에 배웠다.


지금은 계좌의 숫자에 덜 흔들린다. 시장이 오르면 감사하고, 내리면 기다린다. 기다림 속에서 다시 배운다. 인생이란 결국 장기 투자처럼, 조급함을 견디며 믿음을 키워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오늘도 마음의 포트폴리오를 정리한다. 욕심은 조금 덜고, 믿음은 조금 더 담는다. 손실 속에서 배움을 찾고, 수익 속에서 겸손을 잃지 않으려 한다. 이 길의 끝에서 언젠가 말할 것이다.

“나는 나의 성향대로 살았다.”


투자 경험은 자기 이해와 심리적 성숙을 가져온다.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전략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설계해야 한다. 타인의 방식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걷는 것이, 장기적 성공의 열쇠다. 수익과 손실 속에서 얻는 진짜 가치는 마음의 회복력, 자기 성찰, 그리고 신뢰의 관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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