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주식통장 만들고, 마음가짐 다잡고, 자신의 투자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면 이제‘어떤 종목을 살 것인가.’ 처음엔 이게 제일 어려웠다. 뭐가 뭔지 몰랐고, 어떤 산업이 유망한지도 몰랐다. 그저 익숙한 이름에 마음이 끌렸다. 그래서 선택한 종목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모두가 알고 있는 기업, 이름만 들어도 든든한 회사.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싸게 사는 법’조차 몰랐다는 사실이다. 시장가를 누르면 바로 살 수 있다는 말에, 아무 생각 없이 버튼을 눌렀다.
‘혹시 가격이 올라가서 안 사지면 어떡하지?’
성질 급한 나는 조급증이 나서 그냥 시장가로 바로 매수 버튼을 눌러버렸다.
내가 산 주식이 비싼지 싼지도 몰랐고, 뉴스의 어떤 호재가 있고 악재가 있는지도 몰랐다. 오직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주주가 되었다는 사실이 흐뭇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무지의 용기’로 행동했던 그때가 떠올라 헛웃음이 나온다. 봉사가 문고리 잡듯, 더듬더듬 시작한 투자. 그런데 신기하게도 며칠 지나지 않아 첫 수익이 났다. 20만 원이 넘는 차트의 빨간 숫자가 반짝이는 순간, 입꼬리가 하늘로 향했다.
“나도 할 수 있네!”
그때의 뿌듯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주식 2년 차가 된 지금에서야, 비로소 조금씩 보인다. ‘사는 기술’이란 단순히 종목 고르는 일이 아니라, 공부의 과정이었다는 걸. 주식을 사려면 먼저 산업분석이 필요하다. 어떤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지, 시장의 흐름은 어디로 향하는지. 다음은 기업 분석이다. 회사의 매출, 부채, 성장성, 그리고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힘’을 살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장 분석인데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미국과 달리 ‘테마’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그때그때 마다 어떤 테마에 돈이 몰리고 있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테마 중에서도 ‘대장주’를 사야 수익률이 좋다. 시장의 중심이 되는 종목이 결국 승자를 만든다. 또 한 가지 배운 게 있다. 시가총액 1위 종목은 리스크가 적다는 사실이다. 주식 세계에서 ‘크기가 곧 안정성’이 되는 경우가 많다.
초보일수록 너무 작은 종목보다는 큰 배에 올라타는 것이 유익하다. 대장주를 알아보는 방법은 그날의 차트상에서 거래대금과 수급이 가장 많이 몰리는 종목을 고르면 된다. 이런 흐름은 모든 증권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식 실력은 말로만 들어서는 향상되지 않는다. 직접 투자에 임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무슨 말인지 이해하게 된다.
요즘의 주식시장은 마치 서로 다른 리듬을 가진 여러 강줄기가 한 바다로 흘러드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부신 흐름은 정보기술과 반도체 산업이다. 인공지능이 세상의 언어를 다시 쓰고, 반도체가 그 언어를 담는 그릇이 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과 제조, 운송과 기계산업이 현실의 뼈대를 단단히 지탱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에너지와 신재생 산업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또 화석연료 시대를 떠나,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를 이용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다. 이런 변화의 가장자리에서, 시대의 숨결을 읽어내는 것이 투자의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유망한 산업 구조 안에 있는 주식을 골라 샀다면 주식은 언제 팔아야 하는가. 언제, 어떻게 팔 것인가는 또 다른 예술이다. 매매 기술은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다양하다.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단타 기법, 하나의 종목만 꾸준히 붙잡는 한 종목 매매법, 그리고 주식을 팔면 손해라고 여기는 장기 투자법이 있다.
나는 세 가지 방법을 모두 시도하고 있다. 단타로 짜릿함을 맛보고, 장기로는 인내를 배우고 있다. 한 종목 매매법에서는‘집중의 힘’과 ‘세력의 움직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사실 여러 가지 매매법 중에 어느 하나도 완벽하게 나와 잘 맞는다고 말하긴 어렵다.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기도 하고, 차트나 시장을 보는 눈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그때 흐름을 읽고, 매 순간 유연하게 선택한다. 단타로 움직일 땐 빠르게, 확신이 있을 땐 중장기로 묵혀둔다. 요즘은 관심 많아진 매매법이 있는데 ‘성현우 의사의 스나이퍼 스윙 매매법’이다. 조준하고 기다리며, 확실한 시점에 한 발 쏘는 방식이다. 어떤 매매 방법이든 자신에게 맞아 수익을 내면 그게 옳은 길이라 믿는다.
나의 투자 스타일은 장단점이 분명하다. 장점은 행동이 빠르다는 것, 단점 역시 행동이 빠르다는 것이다. 사는 데도, 파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하지만 주식 고수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살 때는 신중해야 하고, 팔 때는 미련 없이 팔아라.”
시간이 지날수록 이 말이 실감 나게 다가온다. 덕분에 요즘은 종목 고를 때 훨씬 꼼꼼해졌다.
시장 조사를 더 많이 하고, 자료도 여러 번 읽는다. 무엇보다 함께 투자하는 남편이 공부한 내용을 세밀하게 분석하며 참고하기도 한다. 내가 감성형 투자자라면, 그는 데이터형 투자자다. 둘의 조합이 의외로 잘 맞는다.
정보의 흐름은 빠르고, 뉴스는 매일 바뀌기 때문에 나름의 ‘학습 루틴’을 만들었다. 프리 장이 열리는 8시엔 세력들의 움직임이 어떠한지 살핀 후, 투자 자문위원들이 제공하는 시장 분석 자료를 읽는다. 저녁엔 SBS Biz <주식이 궁금할 때> 나 도움이 되는 동영상을 챙겨본다.
방송에는 자문위원들이 패널로 나와 시장 흐름과 종목을 분석해 주는데, 그중 믿음이 가는 자문위원이 운영하는 모임 방에 들어가 올려주는 소식을 읽는다. 자문위원들은 대부분 유료 자문을 한다. 월 몇십만 원씩 내면 개인 맞춤형 조언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 단계까진 가지 않았다. 무료로 제공되는 자료와 방송만으로도 충분히 얻을 게 많다. 내가 세상의 흐름에 밝지 못하고, 세계 경제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걸 인정하기 때문에 이런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
지금도 사는 기술과 파는 예술의 균형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사는 건 분석의 결과이고, 파는 건 감정의 절제다. 사는 일에는‘공부’가 필요하고, 파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공부 없이 사면 불안하고, 용기 없이 팔면 후회한다.
주식은 결국, 마음의 훈련이다. 그래서 매일 차트를 보기 전, 나 자신을 먼저 본다. 오늘의 내 감정이 시장보다 앞서지 않도록, 돈의 흐름이 아니라 돈의 방향을 따르도록. 그리고 계속 배워 나간다. 사는 기술, 파는 예술, 그리고 기다림의 철학을.
이제 다음 장부터는 주린이들이 알아두면 유익할 매매법을 소개하겠다. 장기 투자, 스윙 매매법, 차트 매매법, 한 종목 매매법, 단타 매매법에 대해서 차근차근 이야기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