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온라인 사랑은 유별나다.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온라인 소비를 기록한다. 2024년 현재 한국인은 월평균 40시간을 유튜브 앱을 사용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한 달에 이틀은 꼬박 유튜브를 사용한다는 의미고, 이는 세계 평균 70%를 상회하는 수치다.
온라인 쇼핑 점유율은 전체 소매 시장의 49.5%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평균인 20~30%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그 점유율은 해마다 급상승하고 있다. 이 같은 온라인 사랑은 개인의 취향으로 그치지 않고 여러 사회적 파장을 만들어낸다. 전통적인 상업 공간의 역할을 크게 축소시키는 게 그 구체적인 예다.
팬데믹 기간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생활이 이후에도 지속된 탓에 가게에 들러 물건을 구매하는 일이 좀체 복구되지 않고 있다. 온라인에 대한 충성이 습관화되기에 이르렀다. 자영업자의 비명은 당연지사가 되었다. 임대사업자들의 한숨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 사업자만 배 불리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 같지만 사회 전체가 불황에 접어들면서 그들도 악순환 편승을 피하긴 어렵게 됐다. 온 세상이 살아가기에 다 벅차해 하는 일이 당연해 보인다.
2025년에 이르러 더 벅차게 만드는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다. 수요를 꼼꼼히 따지지 않은 상업용 부동산 개발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면서 공실률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대형 복합몰과 신도시 상업지구가 급증하면서, 기존 도심 상권과 신도시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상업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상가 공실율은 상상을 초월할 뿐만 아니라 지방 도시의 실태를 말하기에 이르면 숨이 턱턱 막힐 정도다. 더 큰 문제는 누구도 이에 대해 적절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작은 희망의 불씨라도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상승하고 있는 디지털 공간의 활용, 줄고 있는 물리적 공간의 이용을 한데 섞는 접점을 만들어 그를 새로운 공간으로 써먹자는 제안에 주목하게 된다. 이른바 피지털(Phygital) 공간의 형성이다. 피지털은 물리적 공간인 ‘피지컬(physical)’과 가상공간인 ‘디지털(digital)’의 합성어다. 날로 늘고 있는 디지털 경험과 전통적이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피지컬 경험을 합쳐서 새로운 경험 공간으로 말 들어 보자는 발상 전환이다.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오프라인으로 픽업하는 일, 혹은 거꾸로 오프라인으로 미리 맞춤을 해보고, 온라인으로 주문하기 등이 피지털의 활용의 예다. 피지털 공간 형성 이론가들은 공간 활용을 혁명적으로 바꾸자고 주장한다.
전통적 상가 공간은 디지털과의 접점을 갖추며 새로운 경험을 하는 워크숍 공간, 연결의 한 마디로서 네트샵 공간으로 탈바꿈하자는 주장이다. 디지털 대 물리적 공간의 대립이나 단절이 아니라 협력과 연속 공간으로 변형하자는 의지를 편다. 온-오프가 한데 어우러지는 이른바 ‘가운데’ 공간 형성과 활용을 내세우고 있다.
‘스타벅스’를 구체적 성공 사례로 든다. 키오스크나 진동벨을 갖추지 않은 지점들이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로 주문, 결재하는 일까지는 디지털의 영역이다. 그러나 고객의 이름을 묻고, 이름을 컵에 적고, 준비되면 불러 직접 손으로 전달하는 피지컬의 영역도 경험케 한다. 그로써 자칫 디지털 거래로 인해 상실될 사람 간의 말 붙이기, 존재의 확인, 눈길 전달의 경험을 살려낸다.
피지털 공간은 디지털 세계와 단락 되지 않되, 디지털만 가지고선 이뤄지지 않을 인간적 교류를 체험하고, 피지컬과 디지털을 섞은 공간을 경험해 새로운 감각을 갖게 해 준다. 이른바 새로운 감각 생성 공간인 셈이다.
이 같은 공간은 미지의 영역이다. 창조되기를 기다리는 공간이란 말이다. 디지털 디자이너, 건설업계, 자영업자. 임대업자, 온라인 플랫폼, 정부 및 지자체 등의 공적 기관이 서로 경쟁적으로 창조해 내야 할 새롭고도 사이에 낀 <새 공간>이다.
글로벌 무대로 넓혀 말하자면 이 공간 형성은 특히 한국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세계에서 가장 앞서 디지털 공간을 창출하며 그 안에 몰두하는 한국이 그 공간을 선도적으로 형성해 낼 거라 전망하며 기대하는 일은 당연하다.
디지털로만 이뤄지는 일상에서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새로움에 반응하는 속도가 그 어디보다 빠른 한국 사회의 선도는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이기도 하다. 일상을 변경하는 지혜를 통해 디지털 피로를 덜고, 비어 가는 상가에 온기를 불어넣고 흔들리는 자영업에 희망을 주는 창발적 작업에 정책 담당자, 공간 기획자, 자영업자 모두 관심 갖기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