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상상

지극히 주관적인 에세이 12

by 김유정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우연과 상상을 보았다. 늘 남편이 칭찬하는 감독이었는데, 나는 이 영화가 처음이다. 사실 거장의 영화라고 재밌는 건 아니니까. 재미는 없었다.


제목처럼 우연과 상상에 기대어 뭔가 억지스럽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3번째 에피소드에서 꽂히는 대사들이 있었다. 자세한 워딩은 생각나지 않지만,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보고 느낀 점이랑 비슷한데.


남편이 전 여자 친구에게 남긴 이메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었는데, 그 대사가 왜인지 모르게 공감이 되었다. 이제와 미련이 남은 것도, 생각하는 것도,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때의 나를 떠올리면 뭔가 알 수 없는 기운이 나는 것 같은 그런 추억.


누구에게나 있을까, 그런 추억.


그때의 나를, 너를, 우리를 생각하면, 다시는 평생 만날 일은 없겠지만, 네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거다. 라는 생각을 한다.


글도 쓰지 않았을 거고, 여행도 가지 않았을 거고, 여행기자도, 여행작가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겠지.


재밌게도 너를 계속 만났다면 나는 글도 쓰지 않았을 거고, 여행도 가지 않았을 거고, 여행기자도, 여행작가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거다.


네가 있어서 오히려 나는 나답게 살 수 있게 되었는데, 너랑 함께 였다면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었을 거라는 아이러니가 참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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