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마흔이 되었다

지극히 주관적인 에세이 7

by 김유정

마흔이 된 지 벌써 일주일이 가까워졌다. 하늘이라도 무너질 줄 알았던 39.9세와는 다르게 오히려 차분하게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모든 일상이 그대로다.


되레 모든 게 그대로여서 나도 내가 마흔이 되었는지도 까먹을 만큼 단조롭다. 단조로운 인생을 노잼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단조로운 일상이야 말로 얼마나 고마운 것인가. 아무 일도 없어서 참 다행인 하루다.


인생의 노잼 시기라고 입에 달고 사는 요즘. 돌이켜 생각해보니 노잼인 만큼 평화롭기도 하다.


한 달에 서너 번 캐리어를 싸고 풀었던 지난날들이 다이내믹하고 재밌었을지는 몰라도 어지간히 피곤하기도 했다. 회사에서는 놀러 다니는 줄 알고 집요하게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생겼고, 그만큼 괴로움도 커지고 무탈했던 하루도 없었던 때. 그때가 그립게 느껴지는 것은 나를 집요하게 괴롭혔던 사람보다는 새로운 풍광이 마음속에 더 남았기 때문이리라.


평화롭다고 해서 행복한 건 아니다. 회사일은 여전히 갈피를 잡기 어렵고, 남편과는 살면 살수록 더 어렵다. 일주일 내내 사진 한 장 찍지 않는 일상의 단조로움 역시 지나고 나면 내게 주는 것이 있을 텐데, 아직은 모르겠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교훈이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노잼 시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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