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아니고 풋살이라고요?
일단 축구하고자 마음먹으니 휴대폰을 켜고 제일 만만한 동네 맘 카페에서 검색을 시작한다. 운동은 무조건 가까운 곳에서 해야 하니까 훈련장이 근처에 있으면 좋겠다 하는 지극히 ‘소박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내가 축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이상하고도 설레고 불안한 마음이었다. 축구장의 크기는 너무 넓고도 넓으니, 그곳에서 뛰는 내가 상상이 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그래, 난 뭐든 쉽게 도전하고, 아니다 싶으면 빠르게 포기하는 사람이니까 일단 해보자’ 시작도 빠르고 포기는 더 빠른 것이 장점인가? 하는 요상한 마음과 함께, 왠지 이상하게 든든해졌다.
그런데 검색 결과가 조금 이상하다. 분명 ‘축구’를 검색했는데, ‘풋살’이 나온다. 마치 자판기에서 사이다를 눌렀는데 스프라이트 나오는 건가 싶은, 야릇한 기분이다. 비슷한 운동인가? 넘겨짚을 정도로 '풋살'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일단 정보가 별로 없으니 바로 클릭하는 수밖에.
이건 뭐 다이어트 광고인지 풋살 광고인지 정체가 불분명하다. 일단, 여기는 뱃살과 거리두기를 강조한 ‘풋살’ 클럽이다. 여기서도 ‘거리두기’를 보다니… 코로나 시대에 왠지 반갑다. 그런데 축구가 아니라 풋살이다. 도대체 풋살이 뭐길래? 일단 계속 보자. 뛰면서 땀 흘리면 건강하게 살이 빠진다는 문구를 보는 순간 묘하게 설득된다. 마치 내가 다이어트를 위해 정보를 찾았던 것처럼. 마지막 문구는 나를 더 설레게 했다. 전문 풋살팀이 아닌, 기초 체력 운동을 한 후, 풋살 기본기, 응용동작, 기술훈련을 한다니.. 이 말은 초보도 상관없다는 거 아닌가? ‘이거야말로 내가 찾던 곳 아닐까? 날 기다리고 있었어.’ 하는 근본 없는 믿음이 마음 한편에 생겨버렸다. 축구든 풋살이든 상관할게 뭐람.
작성자 아이디를 클릭하니, 풋살 회원 모집 광고를 꾸준히 올리고 있었다. 몇 개의 글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동네 ‘여성’ 풋살 클럽이 작년 12월에 창단되어 현재 6명 정도가 뛰고 있으며, 계속 회원을 모집한다는 것. 풋살장은 차를 타고 10분 정도 가야 한다는 것. 일주일에 두 번 훈련이 있다는 것이었다.
풋살 회원을 모집하는데 ‘풋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체력향상,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기초 운동을 한단다. 여자치고 ‘다이어트’에 무관심한 사람이 있을까. 더군다나 아이 낳고 몇 년째 이전과는 다른 꽤 든든한 체구로 살아가는 30대 후반의 여자에게 이 말은 굉장히 달콤했다. 내가 축구를 원하는 건지, 풋살을 하는 건지, 다이어트를 시작하려는 건지 알 수 없는 기분이었지만 체력이 좋아진다면 뭐든 상관없었다. 아이를 사랑하고 싶어도 체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 사랑이 아이를 향한 고함이 된다는 걸 이미 경험한 나는 육아에서 제일 기본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체력임을 알기에, 풋살 하면서 다이어트는 못해도 ‘체력’ 정도만 올려도 성공이겠구나 싶었다.
'그래, 풋살이 뭔지는 몰라도 일단 체력이 좋아진다니 해보자.'
그런데 막상 연락하려니 고민된다. 거절이 익숙하지 않은 내가 어버버 대답을 하면 바로 등록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하루 정도 고민해보기로 했다. 딱 하루면 충분할 것이다. 고민이 길면 결정만 늦어질 뿐이니까.
고민의 순간은 채 하루가 되지 않았다.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보다 해야지 하는 마음이 조금 더 컸다. 성급한 듯 단호하게 전화를 걸었고,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간단한 풋살 클럽 소개와 함께 마지막 말을 했다.
일단 한 번 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