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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우드 Oct 12. 2022

첫날부터 친선경기라니요.

물론 저는 구경만 했습니다만.

유튜브를 보다 보면   없는 알고리즘에 도달한다. 나의 경우에는 ‘피아노로 치면 인싸 되는  베스트 5’ 또는 조회 수가 수백만에 이르는 ‘길거리 연주영상이 그것이다.  놓고 보다 보면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되어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수준을 뻔히 아는데도 말이다. 누구나  번쯤은  피아노가 아니더라도 이런 경험 해보지 않았을까? 어딘가에서 마치 주인공이  듯한 기분, 나는 오늘 풋살장에서 그걸 느꼈다.


막상 풋살 원장님과의 통화 마치니, 삼만 가지 걱정이 앞선다. 통화한 날 저녁에 다른 팀과의 친선경기가 있으니 시간이 되면 보러 오란다. 보고 나서 할지 말지 결정해도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씀해 주셨다. 더군다나 나 같은 참관자가 한 명 더 온다고 한다. ‘관전은 재밌지. 그냥 보는 건데 뭐’ 그때까지만 해도 내일이 아닌 마치 남의 집 불구경하는 것인 양 가볍게 생각했다.


7시가 조금 넘어 경기장에 도착하니, 아까 들은 ‘나 같은 사람’도 이미 와 있었다. 그녀의 첫인상은 서글서글했고 나보다 조금은 어려 보였다. 경기 시작도 전에 휴대폰으로 여기저기 찍고 있는 모습에서 굉장히 적극적인 성격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내가 먼저 인사를 했고, 우리의 조용한 관전은 시작되었다.     


“오늘 언제까지 보실 건가요? 끝까지요? 저는 8시 30분쯤 가야 해서요.” “그럼 이따 같이 가요.”


몇 마디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그녀는 나와 달리 몇 달 동안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마침내 마음을 정하고 왔다고 했다. 서로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를 키운다는 공통점만으로도 관계가 조금 편해진 것 같았다. 그렇지 않은가? 낯선 사람과 한두 가지의 공통점만 있어도 친밀감을 느끼기 쉬우니까. 잠시 후 친선경기가 시작되었을 때, 긴장하면서 얌전히 앉아 있던 나와 달리 그녀는 전투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하였다.     


경기는 전반 15분, 휴식, 후반 15분이라고 했다. 풋살장의 크기도 얼핏 봐서는 축구장의 반의 반보다 작아 보였다. 그리고 축구 시간이 전후반 각 45분인 것에 비하면 전후반 각 15분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짧게 느껴졌다. 아하 이러면 나도 충분히 뛸 수 있을 것 같다. 축구장에서 뛰는 것은 상상이 안되지만, 이 정도는 도전해 볼 만하다. 


상대팀 선수가 약간 늦게 오는 바람이 거의 8시가 다 되어서야 경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 ‘우리’ 선수들이 몸 풀고 가볍게 슈팅 연습, 드리블 연습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아직 나는 가입을 하지 않았지만, 왜 떨리는 거지? 마음속으로 이미 한 팀이 되었나 보다.     


상대팀 선수들의 첫인상은 일단, 너무 젊었다. 아니 어렸다. 나이로 봐도 우리 팀(?)은 40-50대가 대부분인데, 그쪽은 왠지 20-30대의 영 클럽이었다. 젊음에 기죽으면 안 되는데, 젊으면 우선 체력이 좋을 것 같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조금 걱정이 되었다. 우리(?) 선수들이 잘 뛰어야 할 텐데... 삐. 휘슬소리와 함께 시작한 경기. 내가 마치 경기장에 서 있는 것처럼 떨렸고,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다. 마치 내가 필드 위에서 뛰는 것처럼, 나는 이미 선수였고, 오늘의 주인공이다. 이미 나는 풋살을 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우리 팀(?)이 첫 골을 넣는 것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싶었지만, 이미 아이와 약속한 시간이 다 되었기 때문이다. 


다 못 보고 가서 어떡해요? 아쉬우시죠? 

내일 전화로 경기 결과를 알려준다는 친절한 풋살 클럽 원장님을 뒤로하고 돌아섰다. '아 이렇게 풋살에 발을 들여놓는구나.'     


오늘 나는 알고 싶었고, 어렴풋이 알아버렸다. 한동안 운동을 쉬었기 때문에 체력은 바닥이었고, 더군다나 풋살 같이 끊임없이 뛰는 운동은 한 번도 안 해봤는데 할 수 있을까? 또한 단체 운동은 처음인데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운동할 수 있을까?


누가 시켜주지도 않았는데, 공 한번 차보기 전부터 이런 걱정을 했다는 것은 이미 내가 어느 정도 풋살을 하고 싶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일 순위로 여기는 내가 평일 저녁의 그 귀중한 시간을 포기하고 나온다는 것은 나름대로 굉장히 시도였다. 고작 30분 정도 풋살 경기를 봤을 뿐이지만 나도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내적 자신감과 나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버렸다. 그리고 다음 훈련 날짜가 은근히 기대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마음속으로 이미 풋살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그녀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다음에 가면 볼 수 있을까?  그런데 나, 뭐 입고 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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