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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우드 Oct 14. 2022

실패해도 좋을 풋살 이야기

실패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

    

왜 배운걸 아무도 안 써먹나요?
실수해도 되니까 일단 한 번 해봐요.
이건 직접 실패해봐야 아는 거라 설명만으로는 부족해요


나는 오늘 실패를 시도해볼 수 있을까?     


감독님이 매번 연습 때마다 강조하는 말이다. 기술훈련을 하면서 드리블이나 패스 연습을 할 때는 이 정도면 됐다 싶은데, 막상 연습 경기 때는 아무도 안 한단다. 언제까지 같은 동작만 할 거냐며, 배운 것을 써먹어야지 하는 아쉬움에 서로의 얼굴을 쳐다볼 뿐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매번 시도하지 못하는 걸까.     


풋살을 하면서 제일 두려운 순간은 누군가에게 공을 뺏기는 것이다. 공을 잡고 치달(치고 달리기)도 하기 전에 이미 내 앞에 상대편 수비수가 붙었다. 이때, 공을 지키려면 아무래도 기술이 필요하다. 매 시간 상대편을 속이고 나아가는 기술을  배우지만, 막상 그 상황에 닥치면 써먹지도 못하고 공을 냅다 뻥 차 버린다. 뺏길까 두렵고 창피하고 같은 팀원에게 미안하다. 어디든 패스를 해야 맞지만 내 눈도, 공도 이미 갈 길을 잃었다. 매 번 이런 모습이 반복된다.     


이상한 일이다. 이런 모습은 나뿐만이 아니라 같이 뛰는 사람들에게 발견할 수 있다. 모두 비슷한 마음인 걸까? 초보자의 두려운 마음인 걸까?     


안정성을 지향하는 나는 어느 정도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들만 하면서 무던히 살아왔다. 조금 더 좋은 것을 가지려면 큰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 노력이 나를 배신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노력했는데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굉장히 커서 큰 목표는 시도조차 못했다. 실패를 거의 경험하지 못한 안전한 삶이다 보니 어쩌면 풋살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른 일들과 마찬가지로 풋살은 직접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 투성이다. 공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데, 아무리 설명을 들어봤자 도움이 안 된다. 매일 공을 만지고 차고 굴려봐야 아는 것이다.     


실패를 통하여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있는 것은 다들 알고 있다. 실패를 통해 어떤 사람은 기술을 배울 테고, 어떤 사람은 마음 가짐을 배울 테고, 어떤 이는 집중력을 키울 테고.. 이런 식으로 하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조금 다른 내가 될 수 있다. 실패를 해봐야 나를 다시 볼 수 있고, 나를 다시 요리할 수 있는 것이다.     


공 가지고 한번 일대일 해봐요.
수비와 어느 정도 거리에서 해야 되는지 안되는지는
직접 경험으로밖에 알 수 없어요.
   

나를 깨는 풋살. 실패하는 풋살이 나를 어쩌면 더 많은 실패의 기회로 안내하겠지만, 그것이 정말 실패인지, 성공으로 가는 문턱일지는 해봐야 아는 거겠지.     


풋살을 하면서 실패하는 내 모습을 자주 보고 싶다. 그 실패가 모여 어떤 나를 만들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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