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아니고 풋살입니다.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지면 올해 뭘 하고 싶은가요?
강사의 질문에 우리들은 잠시 아득해졌다. 뭐라고요? 난 잠시 멍한 기분이 되었다. 조금 과장하면, ‘통일이 되면 뭘 하고 싶냐’는 질문처럼 허공에 떠다니는, 전혀 와닿지 않았던 질문이었던 것이다. 코로나가 끝나다니요.. 끝이 있나요? 마치 코로나가 계속되길 바라듯이, 일말의 희망조차 나에게 와닿지 않던 시기였다. 코로나 2년 차에 접어들면서, 마스크가 내 얼굴의 눈, 코, 입처럼 느껴질 때였다. 마지막 수업에서 이런 질문은 식상한, 무의미한 질문처럼 느껴졌다.
떠올려보면 당시 나는 비대면 글쓰기 강좌를 통해 답답한 마음을 쏟아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휴직을 하면서 충분히 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마음 한쪽이 허전했던 걸까.
‘이렇게 올해를 보낼 수 없어.’
이런 마음이 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신청한 글쓰기 강좌였다. 그리고 그날은 약 두 달 간의 비대면 글쓰기 마지막 시간이었다. 마지막 수업에서 서로 아쉬움에 화면만 쳐다보고 있던 우리들. 각자 뭐라 대답할지 생각하느라 적막함이 감돌 무렵, ‘아무나 좋으니 제발 어서 말을 꺼내 주세요.’ 간절한 마음조차 사라질 무렵, 누군가의 화면에 불이 켜졌다.
저는... 축구를 하려고요
누군가 말했다. 좀 전보다 더한 적막이 느껴졌다. ‘와.. 이거 좀 센데... ‘여자’가 ‘감히’ 그것도 ‘축구’라니.' 나로서는 상상도 못 한 전개였다. 마치 화상 연결이 끊긴 것 같이, 화면 속의 모두가 멈춰있었다. 이게 뭔 분위기인가, '제발 누군가 나서서 뭐라도 말씀해주세요.'라고 나는 조금 전보다 더 간절했다.
우와... 축구라뇨. 마지막까지 절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강사의 그 칭찬에 환한 웃음이 칭찬으로 느껴졌다. 내 마음은 더 싱숭해졌다. ‘오늘도 저 사람한테 졌구나.’ 글쓰기를 하면서 강사의 칭찬이 다른 사람을 향할 때마다 느꼈던 작은 질투심이 오늘도 여지없이 폭발했다.
글쓰기 내내 유독 한 사람이 신경 쓰였던 차였다. 나와 비슷한 30대 후반에 취학 전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였다. 이번에도 그 ‘여자’였다. 감히 축구라니!! 만약 복싱을 한다거나 발레를 한다거나 마라톤을 한다고 하면 그리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해본 것이기에 낯설지 않고 쉽게 와닿았을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축구를 어떻게 하지? 하는 알 수 없는 물음과 함께 나의 글쓰기 마지막 수업은 이상하게 마무리되었다.
지금 떠올려보면, 마지막 날 무슨 글을 썼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마지막 시간이니 조금은 가벼운, 서로 덕담이 오고 가지 않았을까, 가볍게 생각할 뿐이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축구를 말했던 저 여자가 정말로 ‘축구’를 한다면 왠지 나도 하고 싶어질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저 지나가는 말일지라도 오래도록 기억나는 것은, 왠지 축구에서만큼은 지고 싶지 않다는 옅은 질투 같은 부러움이 아니었을까.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진짜 축구 비슷한 것을 하게 될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누군가 내게 왜 풋살이어야만 했냐고 묻는다면, 아마 이 순간을 평생 기억하게 되리라. 그리고 화면 속에서만 봤던 이 분에게 감사 인사를 하게 될 것이다.
잘 지내시나요? 당시 덕분에 풋살의 세계에 들어왔어요. 언젠가 한번 풋살 구장에서 봐요. 당신을 만나고 싶었어요.
<이 글은 풋살을 시작한 지 이제 막 5개월을 넘긴 초보자가 쓰는 풋살 적응기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