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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만 맞게 가고 있는 중

친구 A의 이야기

by 무아


나와 같은 조울증을 앓고 있는 친구 A를 만났다. A는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같은 병실을 쓴 인연으로 만나 퇴원 후에도 가깝게 지내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친구이다.


대화 주제는 다양하다.

요즘 컨디션은 어떤 지부터 근황, 그리고 각자의 고민들을 털어놓는다. 대화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고민이 꽤나 많이 겹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대인관계, 기분조절 문제, 미래에 대한 불안 등 병으로 인해 어질러진 마음을 대화를 통해 해소한다.


친구는 지금이 자신에게 재활 기간 같다고, 교통사고를 당한 후에 재활 기간이 필요한 것처럼 자신 역시 그렇다고 말했다.


그 말에 공감이 갔다. 나에게도 재활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남들보다 느리다고 해서 그 방향마저 틀린 건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조울증이라는 얄궂은 특성을 안고 묵묵히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었다. 매 순간 처음 겪어보는 감정을 마주하고 질병으로 인한 무기력에 허우적대기도 하면서 흔들리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A를 보면 나를 보는 것 같다.

기특하고 대견하지만 한편으로는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 그래서 친구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만큼 나를 안아줘야지. 토닥여줘야지. 싶어진다.


A와 대화하고 나면 심리 상담을 받은 것처럼 생각이 넓게 펼쳐지고 마음 한편이 후련해진다. 워낙 속이 깊고 성숙한 친구라 대화하는 내내 많이 배우게 된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 주위에 좋은 인연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떠올려보니 또 앞으로 나아갈 힘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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