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 퇴원 그 이후
아침에 눈을 뜨면 느낌이 딱, 온다.
아, 오늘은 안될 날이구나.
안될 날이란 무기력이 나를 집어삼킨 날이라는 뜻이다. 그런 날은 오후까지 좀처럼 몸을 일으키기가 어렵다. 오후 3~4시까지 잠을 자고, 뒤척이며 일어나 밥을 먹는다. 머리가 무겁고 몸도 찌뿌둥하다.
이런 날은 ‘모 아니면 도’에서 ‘도’인 날이다. 일주일에 2~3일. 많게는 4일 정도가 이 날에 해당한다. 예정된 일정 중 아무것도 소화해내지 못하고 꼼짝없이 집에만 있게 되는 날.
반대로 너무도 상쾌하게 눈이 떠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아침을 든든히 챙겨 먹고, 샤워를 하고, 책을 집어 들고 어디론가 나선다. 글쓰기에도 집중이 잘되고, 책도 술술 잘 읽힌다. 왠지 기분 좋은 연락만 오는 것 같다. 기분이 좋다. 이런 날은 ‘모’인 날이다.
퇴원 후 5개월이 흐른 지금, 나는 이처럼 널뛰는 기분과 싸우며 살고 있다. 조울증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게 루틴인데, 컨디션이 나쁜 날은 외출할 마음의 준비가 좀처럼 안 선다.
이 같은 고민을 상담선생님과 공유했더니, 기분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행동이 기분을 이끌기도 한다고 하셨다. 주말 아침에 억지로 몸을 일으켜 카페 출근을 하고 나면 기분이 한결 나아져 있는 것처럼, 일단 씻고 외출을 하는 행동이 기분을 좋은 쪽으로 이끌 수 있다는 말씀이셨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나가고.
이 세 가지만 지켜져도 나를 힘들게 하는 무기력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건강하게 지내는 건 늘 어렵다. 어렵지만 나를 위해 해나가야 하는 일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