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증 삽화가 반복해서 일어날수록 입원 기간은 더 길어진다.
나는 두 번째 조증삽화로 인해 3개월의 폐쇄병동 입원을 해야만 했다. 첫 입원이 3주였던 것을 생각해 보면 매우 늘어난 기간이었다.
치료 경과도 첫 번째 입원과는 차이가 있었다. 병식이 완전하지 않았던 첫 입원과 달리, 두 번째 입원에서는 3개월의 기간 동안 여러 단계를 거쳐 병식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처음 몇 주간은 가족들에게 화를 내며 똑같은 양상을 보였지만,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거치며 상태는 점점 안정되었다. 주치의는 내 상태가 안정될 때까지 차분히 나를 기다려주었으며 하루하루 바뀌어가는 내 상태를 체크해 약을 변경해 주었다. 몸이 뻣뻣해진다거나 가만히 있는 게 어려워진다거나 하는 부작용들 역시 약에 적응해 가면서, 또 약을 바꾸어가면서 점점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남는 시간에는 주로 책을 읽었다. 조울증 관련 책들이었다.
조울증 투병과 관련된 북리스트이다.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조울병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
조울병 치유로 가는 길
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
책을 읽으면서 나는 위로받았다. 너 혼자만 아픈 게 아니라고. 그리고 얼마든지 치료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극복이라는 말은 완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조울병은 완치가 어려운 관리의 병임을 인지해야 한다.)
독서를 제외하면 환우들과의 대화가 가장 큰 힐링이었다. 정신병동에 입원하면서 느낀 점은, 아픈 사람들끼리의 어떠한 연대가 생각보다 더 강한 응원이 된다는 점이었다.
물론 정신질환자들이 모여있다 보니 예민한 상태의 환자들끼리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럴 때는 보호사와 간호사분들의 중재로 격리된다. 미디어에 나오는 것만큼 소름 끼치고 무서운 곳은 절대 아니다. 그저 정신이 아픈 사람들이 모여서 치료받는 곳일 뿐이다.
폐쇄병동에서의 일과는 이렇다.
6:00 기상
7:30 아침 식사
오전 프로그램
12:00 점심 식사
오후 프로그램
5:30 저녁 식사
9:30 소등
프로그램이 없는 시간에는 홀로 시간을 견뎌야 한다. 핸드폰 사용도 제한적이고(나의 경우는 매일 저녁 30분씩 사용했다.) 면회도 매일 올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친한 환우들과 대화하거나 TV를 본다거나 공중전화로 전화를 한다거나 하면서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내가 입원한 병동에는 보드게임이 있어서 그걸로 시간을 많이 때웠다.
누군가는 폐쇄병동이 제한하는 자유가 비인격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3개월 동안 입원을 통해 느꼈다. 폐쇄병동은 외부 자극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고 온전히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게 설계된 시스템이라고. 그 시간 동안 나는 나에 대해,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이 병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스스로 정립하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