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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조증이 왔다

by 무아 Mar 16. 2025

조증은 파도처럼 또다시 내게 밀려왔다.      


24년 7월. 그때의 나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취업 준비에 막 돌입한 상태였다. 사귄 지 얼마 안 된 남자친구가 있었고, 취업을 제외하면 가족, 친구들 등 나를 둘러싼 모든 게 안정되었다고 느끼던 참이었다.


아침에 일찍 잠에서 깨 학교 도서관으로 출근을 하는 내 모습이 뿌듯하고 예뻐 보였다. 나를 사랑해 주는 남자친구 덕분인지 자존감도 매우 높았다. 나는 헬스, 러닝, 요가 등 여러 운동을 하고 있었고, 체중도 전보다 더 빠져 외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모습이 돼있었다.


문제는 8월이 되고부터 시작되었다. 잠에 들기 어려운 날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잠이 들면 3~4시간밖에 못 자고 또다시 일어났다. 잠에서 깬 김에 새벽 운동을 나갔다. 부지런히 살라는 몸의 명령으로 받아들였다. 5시, 6시에 집 앞 산책로를 나가 걷기도 하고 러닝도 하며 아침을 보냈다. 남자친구는 나를 ‘굉장한 얼리버드’라고 부르며 칭찬했다.      


운동을 하고 나면 몸도 개운하고, 정신도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수면 장애를 비롯한 에너지 과잉 및 기분 들뜸은 조증의 전조기였지만 조증에 대해 무지했던 터라, (그리고 다시는 내게 조울증이 발병하지 않을 거라 확신했기에) 이때 내게 조증 삽화에 대한 노란불이 들어왔음을 미처 알지 못했다.      


그렇게 약 일주일을 보냈다. 감정 기복은 점점 커져만 갔고, 남자친구에게 집착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가족들에 대한 부적 감정이 늘어나 집에서 짐을 챙겨 나갔다. 가족들은 내 재발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며칠 동안 나를 회유했지만, 내 증세는 점점 심각해져 가족들 말이 들리지 않는 상태로 접어들었다. 결국 나는 연고도 없는 거리에서 가족들 손에 이끌려 또다시, 응급실로 향하게 되었다.      


응급실에 가는 길 내내 나는 가족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마음에만 담아두고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던 깊은 내면에 있는 내 진심에 조증이 더해져 나온 말들이었다.      


대학병원 응급실 주차장에서 두 시간을 기다린 끝에 정신과 의사와 대면했는데, 정신이 없던 터라 상황 파악이 전혀 되지 않았다. 나는 여러 실랑이와 소동을 벌이고 나서야 진정제를 맞고 잠이 들었다. 그 시간 동안 가족들은 내가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을 찾으며 당직 의사에게 소견서를 부탁해야만 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사는 지역에 있는 정신 병동으로 재입원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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