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바심 내지 않는 법
조울증이 발병하고, 두 번의 입원을 거친 후 약물 치료로 겨우 안정기를 찾아가는 지금 나에게 닥친 문제는 바로 ‘생산성’이다.
이게 조울증 탓인지 본래 내가 갖고 있던 특성인지 헷갈리지만 일단 지금 내 상태를 적어보자면,
1. 게을러졌다.
2. 잠이 많아졌다.
3. 한 가지 행동에 집중하기 어렵다.
4. 핸드폰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렇다.
일주일에 이틀 나가는 알바를 제외하면 생산성 있는 일을 하는 시간이 극히 적어졌다.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사무직이 아닌 바리스타로의 길을 선택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지금의 나에게는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해 책상 앞에서 머리로 일하는 직종보다 몸을 움직이는 일이 더 맞겠다는 생각이다.
바리스타 수업과 카페 알바를 병행하고 있지만 주 5일 이상 정식 출근을 하는 것에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 구직도 지지부진하게 하고 있다.
이런 게으른 내가 싫어질 때마다, 지금의 나는 인생에 다신 없을 재활 기간 중임을 되새긴다. 바쁘게 달려가기 전 숨 고르기 중이라고.
상담 선생님은 ‘큰 목표 앞에 좌절해서 멈춰있는 나’와 ‘느리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나’ 중 어느 쪽을 더 응원하고 싶냐고 물으셨다. 대답은 당연히 후자이다. 그러나 그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답답한 나도 익숙해져야 한다.
조울증 환자는 본인의 에너지 중 80%만 발휘해도 예후가 좋은 거라고 상담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은 아직 20%도 안 되는 것 같지만 20%, 30% 40%... 이렇게 점차 에너지를 늘려가면 언젠가 80%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하지 못한 일보다 내가 해낸 일에 집중하기. 그리고 뭐든 ‘한 건수’ 했으면 거기에 만족하기. (ex. 알바 출근, 헬스장 가기, 글 한편 쓰기 등) 이처럼 스스로를 칭찬해주다 보면 어제보다 오늘 더 나를 좋아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조울증과 싸우며 살아가는 모두를 응원한다. 느려도 멈추지만 않는다면 뭐든 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