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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독립으로의 길

진정한 의미의 홀로서기

by 무아


현재의 나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완전한 ‘무소속’이다. 학생 신분을 떠나 취준생이 된 지도 이제 9개월 차. 매일 얼굴을 볼 친구도, 동료도 없다. 텅 비어있는 스케줄을 하나둘 다른 일정으로 채우는 것이 요즘의 일상이다.


처음에는 외롭고 심심한 기분이 많이 들었었다. 낯설기도 했다. 나는 항상 어떤 그룹에 들어가 있었는데, 소속이 없어지니 무력감도 느껴졌다. 나의 정체성에도 혼란이 왔다. 나는 누구일까? 타인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나를 정의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이 이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정서적 독립’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정서적 독립이란 타인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중심으로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말한다.


온전히 나만을 위해 내린 결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해 보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인정욕구가 강했던 터라 항상 누군가의 평가에 휘둘렸던 것 같다. 공부도, 대입도, 취업도 스스로의 동기부여로 행한 적이 없었다. 좋은 평가를 받으면 기쁘고, 나쁜 평가를 받으면 시무룩해지는, 수동적 태도가 오랜 습관이 되었다.


평가를 내리는 대상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어릴 때부터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부모이다. 우리는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하지만 나처럼 취업을 하지 않은 성인이 정서적 독립을 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안다.


진정한 의미의 정서적 독립은 바로 책임지는 것에 있다. 선택도 자신의 몫이고 책임 역시 자신의 몫이다. 그렇게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갖게 된다면 부모로부터,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는 나다. 누군가의 자식, 친구, 연인, 동료이기 이전에 나는 그냥 나다.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태어난 존재도 아니고, 평가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도 아니다. 나는 나만의 선을 향해 가기 위해 태어났다. 어느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내 인생이다.


혼자서도 씩씩하게 걸어 나가보자. 혼자여도 괜찮다. 혼자여도 잘할 수 있다. 자신을 믿자. 자신이 겪어온 경험이 이를 증명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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