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그리고 첫 모유수유
온 장기들이 쏟아지는듯한 느낌에도 빨리 걸어야 회복이 잘된다고 그랬다. 지나가면서 만난 의사선생님도, 회진하면서 만난 의사선생님도, 병원에서 만나는 모두가 많이 걸어야 회복이 빠르다 했다. 꾸역 꾸역 힘들게 힘들게 한 걸음씩 걷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병실로 전화가 울렸다.
“모유 수유하러 내려오세요”
두둥
드디어 수유 콜이란 것을 받아본 것이다. 아 드디어야 내가 너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도저히 내 몸으로 걸어서 갈 수가 없었다. 걸음이 부족했던 건지 나의 회복 속도는 생각보다 느렸고, 아기를 만나고 싶지만 도저히 못할 거 같아서 오후에 가겠다고 했다. 내 몸만 생각하는 나쁜 엄마야. 아기가 엄마가 궁금하고 낯설 텐데 등의 다양한 죄책감이 들었지만, 도저히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처음 아기를 만나러 가는 날. 면회시간이 되기 30분 전에 출발했다. 신생아 실과 내 병실의 층수는 2층 차이였는데 복도를 지나가는 시간이 잠실에서 강남까지는 걸리는 시간은 잡아야 갈 수 있는 몸 상태였다.
신생아실 앞, 침묵속에 숨 막히는 기다리는 시간이 흘렀다. 동글동글하고 까만 머리의 작은 아가가 우리의 앞으로 왔다. 그렇게 새근새근 자는가 싶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지 그 작은 인간이 고래고래 울기 시작했다. 간호사 선생님이 급하게 나오셔서 “지금 수유해 보시겠어요?”
와 이렇게 하는 건가? 준비된 거 없이 그렇게 수유실로 들어갔다.
코로나가 한참 심할 때라 모자 동실은 안되고 수유 콜을 받으면 병실에서 수유를 하러 수유실로 가야 했다. 수유실은 굉장히 더웠고 작은 노랫소리가 들렸다. 유튜브로만 보던 수유쿠션, 발 받침대 기저귀 갈이대 등이 있었는데 앞으로 이걸 내가 혼자 다 해야 하다니 막막했지만 떨리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아기가 내 품으로 왔다. 유튜브를 보고 또 봤지만 생각보다 작고 따뜻하고 새근거리는 이 아기에게 젖을 어떻게 물려야 하지? 허리를 펴면 배가 너무 아프고 버둥대는 아기가 아랫배를 자꾸 발로 차서 초인적인 힘으로 참아내고 있었다.
3kg도 안되는 게 왜 이렇게 힘이 좋은 거야. 속으로 생각했다. 태어났을 때 봤던 얼굴에서 붓기가 많이 빠진 건지 생각보다 원초적인 아기의 모습에 당황하기도 했다.
불어버린 개구리 같다고 해야 하나, 내 자식이라고 무조건 이쁘구나라는 말이 나오진 않구나
첫 수유를 하는데 생각보다 젖을 빠는 힘이 좋아 당황했다. 하지만 간호사 선생님이 그렇게 수유하면 가슴이 다 상한다고 다시 물려야 한다고 했다. 그냥 앙 하고 물면 되는 게 아니었다니.아기가 입을 크게 벌릴 때 슉 하고 빠르게 가슴을 넣어야 한다. 여러 번 시도 끝에 성공했다. 도대체 어떻게 물어야 제대로 문 건지 감조차 잠을 수 없었다.
수유를 해야 회복이 빠르다고 하던데 이게 회복이 되고 있는 건가? 어깨는 무너질 거 같고 발은 부들부들 떨리는데. 자궁을 빠르게 회복이 되고 있는 건가? 배는 생리통처럼 왜 이렇게 아픈 거지. 내가 지금 내 힘으로 앉아있는 거 맞나? 수유실은 더워서 땀이 줄줄 나고 설상가상으로 다른 쪽 가슴에선 줄줄 모유가 새고 있었다. 손수건을 가져가지도 않았고 손에는 아기를 안고 있어서 핸드폰을 볼 수도 없고 아찔한 순간이었다.
차분해지자. 일단 아기를 다시 안았다. 그리고 수화기를 들고 간호사 선생님에게 말했다. 이제 수유 그만하고 싶다고 이제 제발 침대에 가서 눕고 싶다고.
또 몇십 분에 걸쳐 긴 걸음을 옮겨 병실에 도착하니 남편이 한껏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시간이 두 시간이나 흘러있었다고 너무 안 와서 전화해 보려고 했다고. 아 나 아기랑 그렇게 고군분투했구나.
젖 몇 번 물려보다가 자꾸만 흘러내리는 몸뚱이를 붙잡고 있었던 거 같은데 시간이 그렇게 흘렀구나. 시공간을 초월해서 우리 둘만 존재한 거 같았던 시간이었다. 이게 첫 모유 수유구나. 그냥 물린다고 먹는 게 아니구나. 잠드는 아기를 흔들어 깨워서 먹여야 한다는 건 정말 어디에서도 알려준 적이 없었다. 내가 공부가 부족했던 건가? 역시 이론과 실제는 달라 하면서 속으로 온갖 핑계를 만들어 냈다.
이제 진짜 실전이야 부딪혀야 해
너랑 나랑 온전히 둘이서만 해결해야 하는 첫 관문 모유 수유.
그때부터 나만 아는 작은 노력들이 시작되었다. 온전히 너만을 위한 나의 작은 노력들